29여 년 전 그녀와 처음 만나 인연을 맺고 마흔아옵이 된 지금까지
단 하루도 그녀와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저와 질긴 인연을 이어 갈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혈기왕성한 철부지 시절 그녀를 품었던 게 잘못이면 잘못이겠죠.
그녀는 솔로 다가와...88로 제 맘에 자리 잡았고 디스와 한마음로
내 몸과 맘을 가져가더니 에세로 골병을 들게 하고 마지막으로
순0.1 이라는 이름으로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29여 년 동안 저와 애증의 관계를 이어온 그녀...담배입니다. ㅎ
그런 담배와 8달여 전 이별을 고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한대..
출근한는 승용차 안에서 한대..
차가 막혀서 한대..
또 막혀서 한대..
출근해서 한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커피와 한대..
아침에 눈을 뜨고 불과 2시간도 안 된 시간에 5-6개의 담배를 피웠습니다.
특별한 날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을 시작하거나 끝 맺을 때도 항상 담배로 시작해서 담배로
끝나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주머니 안에 있는 담배의 주인이 나 인지..아니면 내 주인이 담배인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그날 이후로 담배를 안 피웠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표현은 안 했지만 금단현상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운전할 때의 졸음현상, 두 달 사이에 체중 3킬로 늘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멍한 공황상태...이런 여러 가지 현상들이 있었지만 가장 힘든 건
두려움이었습니다. 앞으로 평생 이렇게 담배를 참아야하나..라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에도 열두 번 들던 흡연 욕구가 어느샌가 한두 번으로
줄어들고 어느 날은 담배 생각을 안하고 지나가는 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는 말이 떠오르면 여전히 두려움이
생깁니다. ㅎ
두 달여 간 담배를 참고 금연에 대한 장점을 얘기하기는 참 쑥스럽고 할 말도 없습니다.
한가지..
29여 년 동안 늘 내 곁에 달라붙어 있어서 못 느꼈던 담배를 두 달여 동안
몇 걸음 물러나서 보고 있으려니 언제라도 틈만 나면 다시 달려 들것 같이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참 무서운 녀석임은 틀림없습니다. ㅋ
며칠 전 고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과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들 녀석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정우야..지금까지 아빠가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이 뭔지 아니?"
아들 녀석이 곁눈질로 저를 한번 흘깃 보며
"공부 안 한 거?"
이런....
"아들~~물론 그것도 후회되지만 젤 후회 하는 게 있어.."
아들 녀석이 뭔가 알았다는 듯이 눈망울을 빤짝이며
"결혼한 거?"
이런...순간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아들~~아들은 그런 얘기하는 거 아니야~ 그런 얘기 절대 하는 거 아니야~
엄마가 들으면 큰 일 나~"
아들 녀석에게 담배를 핀 게 가장 후회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담배와의 이별이 이렇게 힘든 과정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안 했을
거라고....아들 녀석에게 너는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말라는 짧은 부탁도 했습니다.
40년 동안 살아오면서 참 후회되는 일이 많습니다. 아들 녀석의 말을 들어보니
공부 안 한 거...많이 후회합니다. ㅋㅋ 그리고 결혼한 거..? 이건 노코멘트입니다. ㅋ
담배를 시작했던 거..가장 후회합니다.
그럼..공부 잘했고, 아직 독신이시고, 담배 안 피우신 분들은...
무지 행복하신가요? ㅎㅎㅎ
건아들 의 금연 부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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