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 갈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어정 칠월, 둥둥 팔월, 설렁 구월>이란 내 고향의 어르신들의 말씀입니다.
학기중에는 무거운 일은 모두 방학 때 하리라 생각하며 미루어 두는 내 버릇,그래서 정작 방학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학 동안 해야 할 일들을 많이도 께획합니다.마음이 맑고 티없는 시간에 쓰고 싶은 원고와 편지, 떠오르기만 하면 아이디어를 체계화시켜야 할 연구, 가족들에게 별미라도 만들어 맛보이고 싶은 소박하고도 갸륵한(?) 선심, 아니 학기중에는 붓 한번 잡아보지 못했던 난초치기 연습까지, 너무도 많은 계획을 욕심껏 세우게 됩니다. 그래서 방학을 며칠 앞에 두는 때가 가장 기분이 좋고 설레이고 약간은 흥분되어 들뜬 상태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정작 방학이 되면, 그것도 여름방학이 되고 보면,언제나 어정거리다가 7월이 다 가버리고, 8월이 되면 이젠 방학의 마지막 달이라는 초조감 때문에 둥둥거리다가 개학을 맞게 될 뿐입니다.8월 중순이면 9월의 개학 준비로 항상 둥둥거리다가 말았었지요. 그러다가 9월이 되면 교실을 왔다 갓다하며, 방학 동안 해야 했던 그 많은 일들을 못 했음에 마음이 제대로 갈앉지 못합니다.그러자니 설렁거리다가 9월의 가을바람에 머리채만 흩 나리게 되는 것. 그리고는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예 어르신네 말씀에 고개 끄덕이며 공감할밖에.<어정 칠월, 둥둥 팔월, 그리고 설렁 구월....,> 이 말이 모두가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살며, 터득한 나머지 생겨 난 경계와 교훈의 말씀이라는 새로운 깨달음에 깊이깊이 탄복할 따름입니다.
신청곡은 김종국의 <별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을8월 28일 (금)에 수원 경희대학교 동문들과 함께하겠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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