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합니다.
우미홍
2015.10.09
조회 89
저는 시부모님을 모시며 아이 셋을 둔 15년차 주부입니다. 34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저도 힘들었지만 난감한 음식솜씨에 어른들도 힘드셨을 겁니다.
친정엄마처럼 시어머니도 주방에서 음식 만드시고 저는 보조역할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겁 없이 결혼을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주방엔 얼씬도 안 하셨습니다. 큰 오산이었습니다.
아직도 피아노를 치면 엄마생각에 울면서 찬송가를 연주합니다.
꼬부라진 허리로 밥을 지으면서 내가 치는 찬송가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행복해 하던 엄마 모습이 눈에 선해 늘 울컥해 집니다.
오늘 저의 친정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지금 연세가 86세… 165cm, 35kg…. 12년 전 직장암 수술과, 그 다음해에 소장 유착으로 소장을 거의 다 절제하는 큰 수술을 하셨습니다. 수술실 들어갈 때는 초조해하는 아버지와 5남매에게 ‘하나님이 집도하시니까 걱정하지 마라’ 하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 주시며 수술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응급실도 여러 번 가셨지만 어렵게 어렵게 회복되어 1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50년 전 앓았던 폐결핵이 원인이 되어, 한쪽이 폐쇄성 폐로 되었고, 나머지 한쪽 폐 마저 폐렴이 심해서 계속 치료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치매와 폐렴… 급기야 입원을 하셨고 입원 한달 만인 9월 2일 중환자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면회가 1시, 7시…
30분면회인데 메르스 여파로 교대 없이 2명만 30분 면회할 수 있는 엄격한 규율이 생겼더군요. 아버지는 파킨슨씨성 치매로 거동이 불편하셔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십니다. 치매증세를 평소 우리가 느낄 수는 없지만 우울증이 있는 거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자꾸 우십니다. 외로우실 것 같아 언니들이 하루24시간을 정성스레 챙겨드리지만 두 달 이상 되는 엄마의 빈자리는 채워질 수 없는 거겠지요.
엄마는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하고 계셔서 무척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20일 정도는 사람도 알아보고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미소 짓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열흘 전부터는 계속 잠만 주무십니다.
아버지는 아이가 된 것처럼 누워 있는 엄마한테 투정하십니다. “금희씨~ 나 어제도 왔었고 오늘도 왔는데 왜 날 안 바라보는 거야. 눈 좀 뜨고 날 좀 봐. 난 많이 보고 싶었는데 나 보고 싶지 않았어?”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87세 노인이 아이처럼……
오늘은 엄마가 눈을 뜨고 바라 봤다고 아버지가 환한 얼굴로 면회 마치고 나오십니다. 입맛도 돌아올 것 같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십니다.
하지만 주치의 말로는 오늘 아침 X-ray 결과가 4일 전보다 더 많이 안 좋아졌다고, 회복은 힘들 거 같다고…
아직 친정부모님 모시고 여행도 못 다녀봤고, 같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이제 막내딸이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엄마 맛 난 것도 사드리고, 챙겨드리고 싶은데…
시부모님 모시고 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냐며 노심초사 잠 못 이루셨던 엄마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엄마의 건강한 모습 다시 보고 싶습니다.
늘 감사했고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면회 마치고 아버지와 시간 보내고 5시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프로그램을 차 안에서 듣게 되더군요. 늘 울면서 돌아오는 시간인데 좋은 음악 들려주셔서 참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엄마 처녀 시절 친구들과 이불 속에서 연습했다던 곡입니다. 그리고 이 곡을 아버지 칠순 생신 모임 때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두 분이 같이 부르셨습니다. 난생처음 부모님이 노래방이라는 곳 가서 열심히 연습하셨던 노래입니다.
행복했고 건강하셨던 그 때를 회상하면서 신청 곡을 청합니다.

“나 혼자만의 사랑’ 송민도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 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갖고 싶소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