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적당히 불린 쌀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은근히 끓여줍니다.
보글보글 구수한 김치냄새를 풍기며 쌀이 퍼지고 뜨끈하고 후드레한 김치죽이 완성되었습니다.
맛난 김치죽을 한 술 뜨면서 눈물이 왈칵 솟습니다.
너 나없이 가난하고, 형제들이 많아서 먹거리가 부족했던 어렸을 적에
밀가루 수제비나 감자를 잔뜩 삶아서 끼니를 대신했던 시절..
연탄 1장, 쌀 1되.. 이렇게 사다가 생활하던 시절이었지요
연탄으로 난방하던 방 한칸에는 다섯형제들이 옹기종기 아랫목에 이불덮고 엉덩이 아래 손깔고 앉아서 라디오 청취하며 노래도 듣고 연속극도 듣고 함께 깔깔거리며 찔끔거리기도 했던 시절..
윗목에는 줄을 매달아 널어놓은 빨래가 동태처럼 빳빳하게 얼어서 녹으면 조금씩 물이 떨어지곤하던 추운방에 살면서도 그것이 조금도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기도 하지요.
요맘때 12월 24일이 제 생일이었는데 그날도 미역국이 아니라 어머니는 김치죽을 쑤어서 따끈하게 먹으라고 주셨지요. 어린마음에 생일날 미역국이 아닌 김치죽을 주는 어머니가 섭섭하고 화가나서 죽도 안먹고 이불 푹 뒤집어쓰고 울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서 갑자기 병상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펑펑 솟네요. 세월이 이만큼 흘러서 이렇게 여유롭게 먹고 싶은것 마음대로 골라먹으며 살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답니다. 연로하셔서 식사도 거동도 제대로 못하시는 우리 부모님 오늘은 제가 따끈한 죽을 쑤어서 찾아 뵈올까합니다.
어렵게 살면서도 행복하기만했던 시절 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추운 겨울이 오면 한번은 꼭 김치죽을 별미로 먹으며 이렇게 눈물을 흘린답니다.
그때 듣던 노래중에 연속극 드라마중 개여울(정미조) , 서유석의 그림자,
그리고 이용복의 그얼굴에 햇살~그런노래들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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