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번 잘못 불렀다가 백대 이상 맞은 사연....
장동건아들
2016.02.15
조회 217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십몇년 전 한겨울에 입대하여 추위와 싸우며 신병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던 그 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월 초의 어느 추운 날이었는데 진눈깨비인지 겨울비가 내리던 추운 날, 동태처럼 바짝 군기들고 얼어서 고참들이 있는 강원도 산골 막사에 도착했는데..선임들은 무표정하게 상의는 탈의한 채 야외에서 역기와 아령을 들고 곳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임마..이리와봐...야 아가야
이리 와봐....그렇게 저를 불러주는데...정말 많이 긴장되고 당황스러웠던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막사 내 침상에서 군기잡고 숨죽이고 대기하다
시간은 흘렀고, 저녁 점호 시간에 약 30명의 선임들한테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엄청 우렁찬 목소리로, 소개를 하고 앉으려는데 말년
병장이 야...너 노래 한 곡 불러봐....이러는 것이 었습니다. 그때 바로 옆에 있는 모 상병이 야 신나는 노래 불러...하고 저에게 경고하듯 매서운 눈초리
로 얘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떠오르는 신나는 노래가 없어서 그 고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태춘의 '촛불' 노래를 불렀습니다.
예전에 할머니 회갑잔치에 '아침 이슬' 노래를 불러서 혼났다는 손자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나 이제 가노라...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저의 선곡도 그 이상의 참사(?)를 제게 불러 왔습니다...제노래를 부르는 동안의 분위기는 제가 설명을 안해도 짐작이 되실 것 같습니다.
점호 끝나고 그 상병에게 불려나가서, 빠져서 고참 말을 안 듣는다고 부동자세로 서서 수십대를 맞았던 것 같습니다(참고로, 그 고참은 키가 183에 체중 83
킬로그램의 저와 똑같은 체격의 태권도 고단자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 고참과 함께 경계 근무를 서게 되는 날이면, 저는 완전히 찍혀서 그 고참의
태권도 연습을 위한 샌드백이 되어 줘야 했습니다...거의 삼주를 그렇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제대 후 한참을 지나도 혹시라도 라디오에서 정태춘의 노래가
나오면 채널을 바로 돌려버리곤 했었습니다...그래도, 나중에 그 선임, 제대할 때 저한테 찾아오더니, 미안했다고 용서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자기가 미쳤었던 것 같다며 이해를 해달라고.... 그래도 저는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모든 노래를 변함없이 사랑합니다. 오늘은 촛불 말고, 박은옥의 봉숭아
노래를 신청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요 중의 한곡입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