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음악FM의 카톡에 사연을 보내면 제 아이디가 쟁기소년이라고 보일 것입니다.
1987년 대학교 2학년이었던 초봄 어느날 고향 평택에서 새벽일찍 논을 갈게 되었습니다.
논을 갈다 첫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두번째 차를 타야 하기에..
2교시인 영미시 수업에는 꼭 출석을 해야 했습니다.
버스 시간이 안맞아 수업시간전에 도착을 못했고 고민을 하다가 들어갔습니다.
항상 그렇듯 뒷자리는 다 찼고 맨 앞에 앉았습니다.
역시나 무서우신 교수님 표정이 안좋아지십니다.
그래도 수업을 늦게라도 들어온 제가 반가우셨는지 제게 물으십니다.
왜 늦었는지를
제가 '새벽에 논을 갈다 늦었습니다' 하고 답을 하자 모두 웃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웃으시더니 갑자기 칠판에 시를 한 수 적으셨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였습니다.
어린 아이가 논을 가는 아버지를 따라오니 넘어지면 안되니 따라오지 말아라
하였지만 세월이 흘러 연세 많으신 아버지가 넘어질까 따라오지 마라 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린 시였습니다.
교수님께서 시에 대한 수업을 다 마치시고 제게 별명을 하나 지어주셨지요.
Plowboy, 쟁기소년 이라는 ...
기가막히게도 그날 저는 흰색 고무신을 신고 있었구요.
주말에 비가 오고 나니 이제 농촌은 농사일이 시작이겠지요.
어느날 갑자기 먼곳으로 가신 아버지가 그리운 날입니다.
녹색지대 님의 준비없는 이별 신청합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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