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어머님
박민호
2016.03.17
조회 104
사랑하는 내 어머님

10여년 전 봄날 이맘때쯤 문득 아버지께서 “우리 옛날에 나무했던 산골로
놀러 한번 갈까?” 하시며 봄나들이를 제안하셨다.
그 당시 어머님은 척추 협착증으로 허리가 많이 휘어져 계셨다.
아마도 젊은 시절 무거운 나무를 하시느라 혹사하여 허리 관절에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허리로 그 산속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을 텐데 어머님은 기꺼이
가신다고 하셨다. 아마도 힘드셨지만 당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싶어셨던 모양이다. 여하튼 노부모님과 우리 내외 그리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아들녀석 둘까지 합쳐 모두 경운기를 타고 산골로 출발했다.
산 언저리까지 간 후 경운기에서 내려 봄 기운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역시 산길이라 어머님은 좀 힘겨워 보였다.
근데 산을 오르는 내내 아들 녀석 둘은 저만치 먼저 앞서서 가다가
할머니에게 다시 돌아와서 뭔가를 받아 먹고 또 신나게 앞서곤 했다.
몇 번을 그렇게 하길래 어머님께 “애들이 뭘 먹고 있어요?” 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호박씨”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산을 오르는 내내 허리가 많이 아프셨을 텐데 그 와중에
호박씨 한알한알을 손톱으로 까서 두 녀석의 입에 털어 넣어 주셨던 거였다.
이기적인 놈들! 지들 입 즐기려고 허리 아프신 할머니를 힘들게 하고 있는
저 이기적인 놈들!
어머님은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저 무지한 놈들을 그렇게 이뻐하신다.
그날 저녁 그 얘기를 아내에게 했다.
말이 없던 아내가 저녁에 잠자리에서 걱정하는 눈빛으로 스마트 폰을
뒤적였다.
“뭘 그렇게 봐?” 물었더니 아내는 “어머니 인공척추 수술”. 위험하고
대단히 큰 수술이었다.
망설여졌다.
우리는 꽤나 길게 얘기했고 결국 결론짓지 못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잠들었다.

이제 내 나이 어머님의 세월을 쫓아 50줄에 다다랐고 그리고 우리 어머님은
70을 넘기셨다.
아마도 지금쯤 함양집 처마 아래에서 이렇게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시며
자식들 안위를 걱정하고 계실 우리 어머님께 이 노래를 들여드리고 싶습니다.

주병선씨의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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