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꽃이요~
정숙현
2016.03.31
조회 96
점심 식사를 한 뒤
어머니를 모시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어제보다 봄이 더 자랐더군요.
자목련의 꽃망울도 더 커졌고, 매화꽃도 탐스럽게 꽃망울이 터졌고, 산수유 나무의 노란 물결도 진해졌고,
화단의 쑥도 손톱만큼 자랐습니다.
홑나무의 이파리도 연록의 잎이 손톱크기만큼 자랐습니다.
목련꽃 앞에서 포즈를 취한 어머니를 사진 찍고
매화꽃 아래서 꽃 사에서 서 계신 어머니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도 꽃이다. 할미꽃인가? 목화꽃인가?'
어머닌 작년에 많이 편찮으신 뒤론 올봄이 당신의 마지막 봄이라 여겨지시는지 예전과 다르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사진을 찍으라 하십니다.
아직 이파리도 나오지 않은 대추나무 아래서 나뭇가지를 톡톡 건드리며
'어서 일어나라' 재촉을 하십니다.
다들 눈을 떠서 잎도 피고 꽃도 피우는데 대추나무만 죽은 듯 자고 있다고 하시며...
양지쪽에 앉아 제비꽃도 보고
땅을 뚫고 쑤욱 올라 온 옥잠화도 보고
햇빛에 반짝이며 눈을 뜬 단풍나무 여린잎도 보았습니다.
바람이 부는데도
어머닌 햇살이 눈이 부셔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니다.
매화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니
그 여린 꽃잎을 잡으려고
팔을 휘휘 저어보며 아이처럼 좋아하십니다.
여리디 여린 몸으로
맘까지 여려지니
저리도 순박해 지는 것인지?
건강을 회복하시면 모시고 나들이라도 가야겠습니다.

신청곡: 사람들/신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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