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초와 어린시절
정애숙
2016.06.10
조회 39
밖에서 돌아온 딸이 "엄마 밖에 내놓은 선인장이 새끼를 쳤어요. 나가서 보세요"
"그래? 죽은줄 알았는데 살아있어?" 참말이지, 선인장에게 미안할뿐입니다.,
작년 여름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백련초 선인장이 예쁜꽃을 피웠길래 두뿌리를
얻어왔어요. 꽃은 예쁘고 좋았는데 조금 스치기만해도 가시가 박히는거예요.
눈에 잘띄지도 않는 작고 가는 흰가시가요. 몇번을 가시와 씨름하다가, 안되겠다.
우리집은 해가 적어 선인장이 키만자라고 튼튼해지질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아파트
경비실 옆 사람들 왕래가 적은곳에 내다 놓았어요.. 한마디로 방치한거죠. 어쩌다 한번씩
내다보다가 지난 겨울 추워서 얼어죽었겠지 하고 잊고 있었는데, 조그만 화분에서 추위를
이겨내고 살아있었다니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선인장에 떨어진 검불을 치워주려
다가 순간 따끔.. 또 가시가 박혔어요.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면서 어린시절이
생각나 소리내어 혼자 웃었답니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엄마께서 선인장도 키우셨는데 겨울이되면
얼어죽을까 애지중지하시며 선인장만 방 한구석에서 살 수 있는 특권을 주셨어요..
초등학교 어린시절 추워서 나가지는 못하고 내복차림으로 방 안에서 동생들과 장난치며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이 자지러지게 우는거예요.. 선인장 화분에 걸터앉아서... 깜짝놀라 우는동생을 달래며, 동생 엉덩이에 박힌
가시를 뺴느라 모두들 애를 먹었지요.. 엉덩이에 수없이 박혀있던 작은 가시들..
지금도 작고 가는 사시를 촘촘히 달고있는 선인장을 보면 동생이 얼마나 따갑고 아팠을까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관심밖에서도 잘 자라준 선인장 얘기를 큰언니에게
했더니 가엽다며 언니가 키우겠다고 하네요.. 언니네선 대접 받으며 잘 자랄거에요..
고맙다. 백년초야.. 잘 자라줘서..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 이용복의 어린시절"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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