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딸이 결혼식을 올렸다. 그랬는데 정작 결혼식 날 찍은 각종의 사진은 두 달도 훨씬 지난 지난주에야 비로소 도착했다. 어쨌든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사진이었기에 택배로 온 사진을 뜯었다.
한데 커다란 액자로 만들어진 가족사진이 문제였다. 딸과 사위, 아들과 아내 역시도 다들 멀쩡했지만 나만 유독 그렇게 마치 ‘맹구’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지난 시절 맹구는 바보 캐릭터로 인기절정을 누렸다.
“맹구 없다~”고 익살을 부리면 시청자들은 모두 배를 잡고 뒤집어지곤 했다. 내가 맹구가 된 까닭은 이렇다. 올해 설날을 지나고 며칠 안 되어서였다. 집에서 술안주를 찾던 중 마땅한 게 없어서 냉동실의 약과를 꺼냈다.
딱딱하게 얼어버린 그 약과를 무리하여 억지로 깨문 게 화근이었다. 가뜩이나 부실한 치아의 한 부분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다. 이후로 치아를 모두 드러내고 웃자면 영락없이 맹구가 되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아무튼 치아가 그처럼 보기 싫으니 내가 거울을 봐도 한심스럽다. 돈이라도 많으면 당장 치과에 가련만 그럴 수도 없고...... 따라서 지금도 거실에 걸린 결혼식 당시에 찍은 액자를 보자면 이런 아쉬움이 여전하다.
‘애잇~ 뽀샵 좀 해 주지 않고!’ 뽀샵은 ‘포토샵’을 줄여서 하는 말이다. 언젠가 증명사진을 찍으러 단골현상소에 갔다. 사진을 찍자 곧 현상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더니 사장님 하는 말이 “뽀샵 해 드려유?”였다.
금세 구미가 당겼다. “그럼 눈가의 주름살도 다 지워지나유?” “당근이쥬~”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후에 보니 정말이지 최소한 5년은 젊어보였다. 순간 뽀샵의 힘을 새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지인이 아들에게 딱 한 번 신은 새 구두라고 주었다.
하지만 아들도 발에 안 맞는다며 신발장에 넣어두었다. 아내가 어제 그 얘길 하며 나에게도 신어보랬다. 그러나 마치 항공모함처럼 커서 작은 발 사이즈인 나에게도 안 맞았다. 순간 평소 ‘머리 좋은’ 아내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신 (고향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천안 갈 때 00아저씨랑 ##아저씨에게도 신어보라고 해서 맞으면 줘, 버리기엔 이 구두가 정말 아깝잖아?” “맞다!”
절친한 죽마고우 중 하나인 아무개도 작년 여름에 꽝꽝 언 하드(hard=‘얼음과자’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을 깨물다가 그만 나처럼 이빨이 깨졌단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그 친구 발에 맞았으면 좋겠다.
치아는 비록 성치 못하되 구두만큼이라도 ‘모양이 안 빠지면’ 그게 어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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