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도이상 웃도는 기온에 밖에 나갈 엄두도 못내고 방안에 콕박혀 (방콕)
에어콘만 의지하고 있는데 남편이 산정호수로 우렁무침이나 먹으러 가자고한다.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새콤달콤 우렁무침 생각에 따라나섰다.
후끈거리는 열기는 숨막히게 더웠지만 차 안에서 바라보는 파란 하늘은
벌써 가을인양 맑고 시원해보였다.
모락모락 김 올리며 도로변에서 파는 찐 옥수수도 맛있었고
1시간 반동안 남편과 음악들으며 ,얘기나누며 도착한 산정호수엔
예전엔 없던 놀이기구도 있고 호수둘레길도 근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미 오리배를 타고 호수를 떠다니는 사람들과
모터보트를 타고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호수가 떠들썩했다.
남편이 계곡쪽으로 가자고 하며
올라갔다와서 식사를 하면 맛도 더 좋을거라고 계곡쪽으로 걸어갔다.
계곡을 따라걷는 산길이 둘레길처럼 완만하고 물소리가 좋아서 얼마쯤 걷다보니
덥고 힘들고 ...남편에게 그만 내려가자고 했다.
남편은 이왕 올라왔으니 시원한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땀이라도 식히게
좋은 자리 찾아 조금 쉬었다 가자고 한다.
다리도 아프고 옷차림도 짧은 반바지을 입어서 더이상 못가겠다고
발길을 돌려 내려가려하자 조금만 더 가면 물도 깨끗하고
시원하게 쉴 수 있는 자리가 있을거라고 잡아끌었다.
옥수수를 먹은터라 배도 안고프고 해서 그냥 조금더 오르기로 했다.
다행히 운동화를 신어서 오를만 했다.
조금 더 오르니 정말 물소리도 시원하게 폭포처럼 떨어져내리는 그런 곳이 보였다.
벌써 한 팀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는데 우리도 내려가서 손도 씻고
나무그늘에서 잠깐 앉아서 열기를 식히며 쉬었다.
이제 땀도 식고 쉴만큼 쉬었으니 그만 내려가서 식사나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남편 왈
'조금만 가면 억새풀도 볼수 있는데 우리 조금만 더 가보자
저기봐 하늘도 가깝게 보이잖아'
에고에고 처음부터 계곡쪽으로 오는게 아니었는데 ..속으로 되뇌이면서
벌써 성큼성큼 저만치 앞서 오르는 남편을 따라 갔다.
얼굴은 빨갛게 익고 점점 숨도 가쁘고 더워서 죽을 것 같이 숨막히고 힘들지만
아무도 없는 (더워서 아무도 산행하지 않는 듯..)오붓한 산길이 좋고 물소리가 좋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 보니 정상이 보이는 듯 했다.
억새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즈음 조금만 가면
팔각정이 나오니까 거기서 쉬자고 했다. 드디어 팔각정이 눈에 보이는데
이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팔각정에 거의 다다르자 빗줄기가 굵게 쏟아져 내린다.
얼른 팔각정에 올라 비를 피하며 한숨 돌리는데
산위에 물안개 피어오르듯 이산 저산 뽀얗게 몰려다니는 안개구름 ~~
멋지고 아름다운 이 모습을 보려고 이제껏 힘들게 올랐나 싶었다.
다리아팠던 것도 까맣게 잊고 사진찍고 동영상을 찍으며 즐거웠다.
비가오니 시원해서 좋다며 소나기라 금방 그칠것 같으니 기다려보자고 한다.
잠시 비를 피하며 둘이 머리를 기대고 앉아 쉬고 있는데
남편이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빗소리 들으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
눈먼 아이처럼 귀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옛날 30여년전 연애하던 때의 기억이 새롭고 그때의 설레던 감정이 살짝 스쳐갔다.
무더위속 산행과 명성산 정상 (팔각정)에 앉아 소나기를 피하던 시간..
이렇게 잊지 못할 추억이 또 한 장 남는구나 싶다.
내려와서 아주 맛난 우렁이 무침까지 ~~힘들었지만 아주 행복한 나들이가 되었다.
--남편 고마워!!! 글구 이건 듣기만하고 속으로만 하던 말인데
남편 이흥수씨 아주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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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실거죠?
신청곡--
둘다섯의 긴머리 소녀
조용필의 바람이 전하는말
박강수의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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