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사들고 가는 퇴근길에 라디오에서 태진아 씨의 사모곡이란 노래가 들려옵니다.
"앞산 노을 질때까지 호밋자루 벗을 삼아... 무명치마 졸라매고 새벽이슬 맞으시며..." 노래를 듣는 순간 13년전 돌아가신 장모님 생각이 나 목이 메어 옵니다.
장모님을 처음 뵌건 아내와 교제하던 대학 4학년때였습니다.
시골서 올라오신 어머니는 한복을 입으셨는데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과 투박한 손을 가지셨지만 그건 평생을 자식 위해 밭을 일구면서 살아오신 훈장처럼 제게는 아주 깊은 울림이 있으셨습니다.
그윽한 눈으로 조용히 제 얘기를 들으시던 어머니는 제 손을 꼭 잡으며 앞으로 잘 살아달라고 말씀 하시고는 눈가를 적시며 그렇게 시골 제천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얼마후 아내와 같이 아버님을 뵈러 제천엘 갔었는데, 당시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등잔불로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등잔을 켜고 저녁을 먹는데 그 시골의 고들빼기 무침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쌉싸름 하여 여간 입맛을 돋구는게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고들빼기를 보면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 동네를 한바퀴 돌고 있자니 어머님은 이른 새벽부터 이슬을 맞으시며 부지런히 호미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무명 치마를 입으시고 밭일을 하고 계시는 어머님은 마치 천사가 내려온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뒤로 하고 다시 돌아와 이내 아내와 결혼하고 10여년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님은 뇌출혈로 첫번째 입원을 하시었고, 몇 달만에 두번째로 쓰러지신 뒤에 더 이상 움직이시지도, 말씀도 하지 못하시고 그렇게 하늘 나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학처럼 선녀처럼 살다 가신 어머님~~" 그 어머니가 바로 우리 장모님이십니다. 흰 무명치마에 평생을 흙과 더불어 사신 어머니, 그 어머니의 기일은 사월 초파일입니다. 초밥을 사가지고 가다보니 초밥을 좋아하셨던 어머님이 생각이 많이 납니다. 이번 초파일엔 초밥과 함께 수국을 한 아름 사다 어머님 무덤가에 꽂아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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