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와 기타
김이중
2017.04.11
조회 66
때는 40년이 지나버린...
시골 깡촌에 살던, 그래도 세상 물정 알아가는 5학년 푸릇한 나이.
일찍 결혼한 큰 누나를 따라 막내(셋째)누나와 형이 고교에 진학하자 광주로 올라가고선 동생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던 그때...

3학급인 시골학교에서 그나마 쪼끔 하던 공부를 여기서 썩힐 순 없다는 부모님의 엄청난 향학열에 못이겨..
바닷가로 가을 소풍간 그날을 끝으로 아버지 손에 끌려 광주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겠지요.

모든게 신기하고 어리둥절.
(에피소드 하나)
양동시장(당시 광주에서 제일 큰 시장)을 큰누나따라 밤중에 갔더니 휘황거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그리 나왔나 싶어 멍 때리고 있던 중 어디선가 모락모락 김이 서리고 향기 또한 그리 나쁘진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데 10원어치 사가지고 먹어보라는 말에 한 입...
앙~~~ㅠㅠ
전 지금도 뻔데기를 못? 안먹습니다...g

그런데 촌놈이 적응을 잘 하지 못해 주말만 되면 시골로 가는 기차타고 고향을 못잊었지요.
6학년 졸업을 앞둔 어느 주말 마지막 기차를 타고 가는데..
어떤 고딩 형아가 사람도 별로 없던 객차안에서 부는 하모니카 소리가 어찌 그리 처량하게 가슴을 파고드는지..
꼭 내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에 푹 빠져버렸겠지요.

마침 몇 년은 된 헌 하모니카가 형 서랍에 있던걸 훔쳐(?ㅎ) 불어대고 혼자 마스터를 했지요.
그나마 몇 년은 그것땜에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달까?

그러다 중3 초쯤에..
나와 같은 신세였던 고향 친구 하나가 중고 기타를 가지고 놀더군요.
기억은 없지만 어디선가 굴러먹던 더 막된 기타를 하나 구해가지고, 친구와 난 쉼없이 쳐대고 불러재껴선지 혼나기도 많았던 어느날...

그 잊고 싶지 않은, 아니 잊고 싶은... 그날...(5.18 운동)
수학여행도 못가고 학교도 거의 한달여를 못갔으니 노래는 못했어도 친구와 난 진척이 꽤나 나갔었지요.
제일 아래줄이 끊어진 건 어찌 그냥 넘어가겠는데, 2번줄이 끊긴건 도무지.. 그래서 고안했던게 당시 연 줄로 단단히 묶어 한동안 쳤던 기억들.

연합고사로 잠시 잊던 열정은 결국 고교진학으로 친구와 떨어진 사이만큼 훅 지나갔는데...
대학들어가 꼭 대학가요제 나가자고 약속했건만 연거푸 낙방에 오리알...
삼수 생활 중에 그 친구와 함께 만든 곡은 지금도 머릿속에 고이 잠들고 있는데,
대학교 들어와 부산 아가씨랑 연애하는 사이 해운대 밤바다에서 불러줬던 그 곡이 아직도 그 아줌마(같이 이불덮고 살고 있는 불행한 관계 ㅋ)는 기억하고 있더라는...

‘벗새’
학교와 종교문제로 잠시 떨어졌던 친구(황의철)는 그 어디선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까?
친구야...
너로 인해 기타를 알게됐고 어두웠던 혼동을 잘 이겨냈었는데.. 벌써 30여년이 지난 지금 중년의 문턱을 넘겨 문득 너가 보고 싶은데...

첫 직장에서 모은 쌈짓돈으로 산 기타를 아직도 간직하며 늦둥이 아들(중3)에게 주려고 하는데 너무 낡았다며 거들떠 보질 않네요..ㅎ
- 자슥아.. 니 나이에 배운 기타실력이 지금도 이리 살아있는데.. 이 기타는 그때에 비하면 정말 신삥이야..ㅠ
- 아부지.. 누가 요즘 이런거 갖고 다닌데요? 큰누나(직딩)한테 사달라고 할래요.

누구나 배움의 시작을 그리한다고 들었던 ‥이루어어질 수 없는 사랑‥ 너의 침묵에 메마른 너의 입술~~
아직도 배우지 못했던건..
그 두가지(기카와 하모니카)를 한번에, 동시에는 못한다는거. 당시 시도는 엄청 했는데도 말이죠.
솔직히 재능은 그리 없었던 거겠지요?ㅎ

물론 기타 선물 욕심은 덤인가요?
2017년 4월의 어느날 문득 그 추억이 떠올라 몇 글자 남겨 봅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