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채택 시, 그녀가 듣고있을 지 몰라, 익명으로 부탁드립니다.)
군에서 전역하고 복학했던 어느 여름,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푸르른 캠퍼스보다 더 파랗던 그녀가 입고 있는 점퍼를 보고,
다름아닌 우리 과의 4년 후배, 신입생임을 알 수 있었죠.
유행가 가사처럼 도도해보이기만 하는 그녀인지라 선뜻 다가서기 힘들어
멀찌감치 보고만 있어야 하는 소심한 복학생으로 한참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학원에 진학했고 전공과목의 조교를 맡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고학번이 된 그녀와는 학생-조교로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녀는 졸업을, 저는 박사 과정으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친구이자 제 대학원 후배녀석으로부터 그녀의 이름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무심하게 "선배! 내 친구 아무개 알죠? 걔가 선배 보고싶다더라?" 라고 했습니다.
잊고 지냈던 이름을 듣는 순간, 또 그 아이가 날 기억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버린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그녀와 저는 서로 아름다운 사랑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양 가 부모님도 뵙고 이제 자연스레 우리 인생의 2막으로 들어서는 듯 했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차분한 준비가 이어졌기에 불안함도 모르고 흘렀던 시간 속에, 그녀는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준비했던 많은 것들은 한순간에 허물어져 내렸습니다.
아픈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연인과 진정한 2막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 시간의 아픔을 녹여줄, 다치신 부모님의 마음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과 또다른 2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
그녀를 위해 준비했던 축가를 이제 그녀를 위해 부르려고 준비합니다.
이 축가가 제 인생 처음으로 준비한 축가는 아니지만, 마지막 축가이기를 바라며..
- 신청곡 : 유리상자, "사랑해도 될까요"
- 직접 기타를 연주하면서 축가를 해보려 합니다. 기타 선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아닌 그녀를 위한 축가이자 마지막 축가를 위해..
김지범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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