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의 눈물
김은경
2017.08.03
조회 48
조카가 재수를 하는데요.
재수를 한다는 말만 듣고 그동안 얼굴을 못 보다가 어제서야 만났어요.
해쓱해진 모습에 마음이 쨘했지만 섣불리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어느 대학에 가고 싶니?
하고 물었더니 선뜻 대답을 못해요.
그러더니
"작년처럼 떨어질까봐..."하고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고요.
순간 아이의 외로움과 불안함이 쓰나미처럼 제 가슴을 덮쳤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아이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항상 태연해 보여서 공부 안 하는 것 같다고 형님이 혀를 차시곤 했던 아이입니다.
겉으로는 그래 보여도 아이가 얼마나 큰 고통속에 있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큰 소리도 못내고 흐느껴 우는 아이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길이야. 외롭고 힘든 일이야. 하지만 넌 할 수 있어."
저를 바라보는 아이 눈동자 속에 불안함이 가득했습니다.
"남자애들도 이렇게 울어. 아직 100일 남았잖니. 100일은 긴 시간이야."
그러면서 100일 동안 하루 14시간씩 공부하고, 원하는 대학에 붙은 자신의 모습을 하루 100번씩, 만 번을 떠올리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알았지? 기억해! 하루 14시간, 만 번의 법칙!"
그리고 헤어지며 마음 깊이 아이를 응원했습니다.
힘 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하고 있을 아이에게 그건 너무하는 것 같아서요.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을 재수생들을 응원해 주세요.
잘 하고 있다고, 오늘 흘리는 눈물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요.
조카가 환호성을 지르며 "합격했어요!" 하고 소식을 전해올 그날을 기대하며,
god 의 '길'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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