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신청하며
강형준
2017.10.24
조회 50
3년 전 첫 월급을 받아 친할아버지의 구두를 사 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몸이 쇠약해지셔서 외출을 잘 안하시는데
가끔 병원에 가실 때도 운동화가 편하다고
제가 사 드린 구두는 보관만 해 놓으셨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에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여름 무더울 때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수박 한 덩이를 사가지고 방문을 했습니다.

"웬 수박?"

"네. 월급 받아 할머니 좋아하시는 수박 한 통 사온 거예요."

하자 고맙다고 하시며 얼음 미숫가루를 타 주셔 맛있게 마셨는데
오는 길에 할머니가

"형준아, 너만 괜찮다면 할아버지 구두 네가 신으면 안 될까?
새 거라 아까운데 너라도 맞으면 신으면 좋겠다."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구두만 있는 게 보기 싫으셨나본데,
그 구두는 사실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제 구두를 사 신을까? 했다가
할아버지께서 제게 용돈도 자주 주신 게 고마워 사 드린 것인데
할아버지께서 안 계셔 안 신으신다니까
약간 작았지만 흔쾌히 가져와 신고 출근을 했습니다.
근데 새 신발임에도 물에 빠지지도 않았는데 양말이 젖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사에 와서 신발을 벗어봤습니다.
오, 마이 갓!새 신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신고 나왔는데
신발창이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속은 느낌이 들었지만 겉은 새 것이라
그리고 메이커라 수선을 하려고 갔습니다.
따지듯 물었지요.
새 신발이 왜 이 모양이냐고요.
그러자 접수 받는 사람 말하길

"이 신발 안신은 지 오래 되었네요.

""네, 아까워서 보관만 했거든요."

하자

"신발이요? 자주 신어주는 게 더 좋아요.
아깝다고 보관만 하면 이 것처럼 접착 부분이 떨어지거든요."

하며 나중에 연락 줄 테네 맡기고 가라 해서 놓고는 왔습니다만
정말 구두라는 거, 신어줘야 오래 가지,
아깝다고 안 신고 보관만 하면 아까다 찌로 간답니다.

구두야,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 며칠 뒤 다시 만나자~

신청곡은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셨던 노래, 조용필의 허공을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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