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일환
2017.11.24
조회 115
자칭 열혈팬이 소개되지 못할 두번째 사연을 올려봅니다.
오는 11월 27일은 장모님 83번째, 올해 돌아가신 아버님의 91번째 생신입니다. 사연들 듣다 보면 가끔 이렇게 양가 부모님의 생신이 같은 경우가 있던데 저희가 그렇습니다. 미리 토요일에 장모님 모시고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올해 9월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신 아버님이 더 많이 그리워지는 날이네요. 아버님은 90을 넘기셨으니 장수하신 편이라고들 하시는데 7년전에 뇌졸증으로 쓰러지시고 난 다음부터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제대로 모시고 여행한번 못 가보고, 많이 불편해 지셔서 요양병원에 계신 3년여 시간동안은 아버지도 그렇고 힘든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들도 무척이나 힘겨웠던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먼저 떠나셨습니다. 병원에 누워계실 때 제가 찾아뵐때마다 힘겹게 내뱉으시던 두마디, 제가 들어가서 인사할때는 “밥은 먹고 사냐?” 제가 나설때면 “잘 살아라” 아직도 이 두마디가 귀에 생생하고, 내일모레 생신일을 맞아 더 가슴에 사무칩니다. 일찍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할머니 모시고 두 동생 공부를 가르치며 우리 육남매를 키우시느라 과수원부터 시작해서 쌀가게, 신발가게 등등 안해보신 장사가 없으신 아버님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형제중에 가장 못 미더우셨던 제게 늘 그 두마디를 주시고 가셨습니다. 요 며칠 날이 무척 차고 눈이 날리던데 지금 제 자식들에게는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제대로 한번 나눠보지 못했던 그 서러움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노래가사처럼 사랑한다는 말이 이제 과거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모시게 될 장모님의 생신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 이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생신일처럼 큰 날에는 더더욱 크게 모시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게 아니어도 가슴에 담아두었던 사랑한다는 말을 끄집어 내는 용기만 있어도 더 큰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더 힘들어지시기 전에 무릎에 주사를 맞아가면서라도 모시고 다니고 싶지만 또 우리 부모님들은 한사코 마다하시지요.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이제 난 괜찮다, 니들끼리 놀다 오거라 등등 거짓말에 속지 않을겁니다. 장모님 83번째 생신축하드리고 무뚝뚝하게 표현도 잘 못하는 사위지만 마음은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덫밭에서 애써 재배하신 고구마 잘 먹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순이”의 “아버지”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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