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몇 일 전 부터 물맛이 영 시원찮은 우리 집 냉장고.
평소에는 "약" 으로 놓구 사용하던 냉장고 온도를 중으로 올렸지만
"엄마..냉장고 물이 왜 이렇게 안시원해요???"
안 그래도 물을 마실 때 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내게 아들 녀석의 한마디 말은 결정타였어..
"그래..이상하네...냉장고가 너무 꽉 차지도 않은거 같은데
이상하다...기다려봐.."강"으로 올려 볼께.."
그리고도 만 하루가 지났지만 물은 여전히 그 상태.
영 내키지 않았지만 도리가 없어 A/S를
의뢰했더니 다음날 오전 10시 반 쯤 기사가 전화를 했더군...
10 여분 후에 방문을 하겠으니 냉동실만 좀 비워 달라구...
예약은 이틀 후 12 시 반이었는데 의외로 빠른 시간에
온다니 나야 반가울 수 밖에.
냉장고를 해부해서 이래~저래 30 여분은 족히 살피던 기사 분...
"기계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구 냉장고 뒷부분에 뜨거운
공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여름에 많이 발생하는
현상" 이라며 냉장고를 벽에서 조금 띄워 주고
다용도 실로 통하는 커튼도 사용 안하면 떼어 내주는 것이
더 좋다 하시며 몇일 지나면 원상복구 될 것으로
예상이 되나 만에 하나 다시 그러면 그때는 냉장실의
쎈서를 바꾸면 된다하고 일을 마무리 짓는 도중 이었지..
갑자기 요란한 소리에 놀라 기사님 앞으로 몸을 돌린 내 눈의
동공이 활짝 열리는 느낌이었어....
그 기사님...냉장실의 선반을 끼우시다가 그만 계란을 바닥에 와장창~
"허걱!!!"
내 눈앞이 아~~득해질 만큼 계란이 쏟아져 내린 냉장실과
주방 바닥은 졸지에 엉망이 되어 버렸어...
기사분은
"아~ 이거 일 해 드린다구 하다가 사고만 쳤네요..."
하면서 미안해 하시더군...
"계란은 괜찮지만...옷은 안 버리셨어요??"
애써 태연을 가장한 내 목소리의 떨림을 기사님은 눈치 챘을까?
하지만 난 기사분이 덜 미안해하도록 최대한 내 자신을 포장해야 했어..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며 말만 번드르르~ 했지 속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어..
어찌 괜찮을 수가 있겠어~
요즘 한참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 계란 값은
둘째치고라도 냉장실과 주방이 엉망이 되어 버렸는데..
어쨌든 냉장고에 이상이 없다는 것만도 감사한일~
모터라도 나갔어봐..대박감이 아니겠어? 경제도 않좋은데..
어쨌던 기사분은 일을 마무리 하시고 사고를 쳤으니
출장비를 안받겠다며 집을 나섰구 기사님의
의외 반응에 나와 언니는 황급히
"아니~ 그렇다구 출장비를 않 받으시면 어떻해요~
일 하시다가 그런건데 괜찮으니 출장비는 받으세요..."
하고 만류했지만 기사 분은 아니라며 명함 한 장을 건낸 후
난감한 맘을 감춘채 황망히 나가셨지..
그 기사분도 엔간히 당황했던지 냉장고 안에는
낯선 연장하나가 남겨져 있었지만 그거야 뭐 어쩌겠어..
경우 바른 언니 입에서
"야~ 저 아저씨 출장비 안 받구 갈만도 하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냉장고와 주방바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
그때부터 게으르기 짝이 없어 냉장고 청소를가뭄에 콩나듯 하던 나는
두팔을 걷어 부쳐야했지 ..
까만봉지, 노란봉지,흰봉지.. 구석 구석 쌓여 있는
냉장고를 들여다 본 언니는 기겁을 했구 즉시
선반을 있는 대로 꺼내서 씻어 냈구
행주로 냉장고 위 아래를 말끔히 닦아내어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것들을 모조리 꺼내서 참 이쁘게도 정리를 해 주었어.
기간이 좀 됬다..싶은건 가차 없이 쓰레기 봉지로 날리구
나니 냉동실이 한눈에 화~악!! 달라지더군.
"냉장실은 니가 해라~ " 하면서 큰언니는 내 앞에서 멋지게
휘둘러대던 자신만의 요술 방망이를 던져 버리구 자기집으로
건너갔어.
언니가 건너 가구 나서도 나는 냉장고와 주방바닥을 보니 한숨이
터져 나오더군...
이미 정오도 지난 무렵 ...막막하구..배도 고프구...
그래도 칼을 뽑았으니 썩은 호박이라도 잘라야지...하는
심정으로 간식거리를 부지런히 입에 넣어가며 행주질 하구..버리구...담구...
그렇게 힘들여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 가는 듯 하던
주방..그러나 이번엔 바닥이 문제였어
"아~~진짜...이아저씨.사람 인내력 테스트 제대로 시키네..."
결국 난 볼멘 소리를 터트리구 말았지...
주방바닥에 늘어 붙은 신문지를 철쑤세미와 손톱으로
땀을 삐질거리며 긁어 내니 나름 효과가 나타나더군..
비닐봉지 네 개가 쓰레기로 채워졌구 잠시도 지체없이
빗속에 그 쓰레기를 들고 내려가 버리고 나니
그제야 날아갈듯 몸과 맘이 가벼워지는거야..
정말 어디가서 일당 십만원을 받아도 모자라다 싶을
만큼 내겐 강도가 센 노동이었어..
눈이 번쩍 뜨이게 변모한 냉장고에 제일 먼저 놀랠
사람은 남편이겠지??? 아마도 과일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보고는 우리집이 아닌지 알고 다시 나가려고 하는 남편을
지긋이 지켜보다가 말할거야...
“종호아빠...우리집 맞아요...” 하구...
하지만 난 이런 시험....두 번은 사양하겠어..
정말 다시 들고 싶지 않은 시험이거든...
그리고 오래 돼서 까먹어 버린 주기도문중에
한 귀절을 두눈 꼬~~옥!! 감구 외울거야...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ㅠㅠㅠㅠ 다만...자심한 노동 에서 구하소서...ㅜㅜ" 하구 말이야...
신청곡...캔의 내 행애 봄날은 간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