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야생동물의 피해를 막기위해 울타리를 둘러 첬다.
말뚝을 수십개를 박고 그물을 고가로 사왔다.
왜냐하면, 땀흘려 가꾼 밭에 팥 .강낭콩. 고구마. 고추. 콩 등이 밤사이에
고라니의 밥으로 운동장으로 쑥대 밭이 되기 때문이다.
기분이 영 나빠 이젠 밭에 가기조차도 싫다.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 고라니가 너무 야속했다. 고추 고구마는 너무
건조하여 물을 주느라 힘들었는데
고라니는 센 싹을 먹는 것 아니라 처음부터 상태가 좋은 연한 순을
야멸차게 모두 잘라 먹으니 얄밉지 아닐 수 없는 것
며칠전에는 힘들게 빈틈 없이 울타리를 새벽부터 오후 늦게 까지 첬는데도
떼가 들어 와 사막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기어 들어 왔는지 날아 들어 왔는지 어디로 들어 왔단 말인가
30여분 동안 울타리밑을 샅샅 면밀히 찾았다.
들어 온 구멍은 없는데 어디로 들어 왔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 당시는 약이 바싹 올라 고라니가 보이면 다리라도 분지르고 싶은 심정 이었다.
발자국 자리는 온 밭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비닐피복을 모두 찢어 놓았다.
고라니는 제일 좋아하는 작물이 팥 강낭콩 고구마 고추 순이다.
요즘 고추는 한 포기에 탐스런 고추가 30여개 주렁주렁 쓰러질 듯 달렸는데
고추순을 알뜰이 따 먹었고 고구마 는 제일 잘 자란 포기를 골라 먹어 치웠다.
피해를 본 작물을 보기만 해도 화가 불끈 솟았다.
건조한데 심느라 물을 힘들게 줬는데 이리 허망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갑자기 하나님 같은 너그러운 생각이 드는게 아닌가
콩은 가지를 많이 치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순을 자른다. 그런데 고라니가 콩
순을 잘라 먹었으니 어찌 보면 고마운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바꾸니
내 일을 도와 준 고라리니 다소 좀 뜯어 먹더라도 용서해 주자 라고
맘을 먹었더니 이렇게 맘이 잔잔한 호수 같이 편한 줄은!
어찌보면 고라니도 먹고 살아야 하질 안겠는가
고라니는 배고픔을 면해서 좋고 사람은 순을 안따서 좋으니 이 같이 상부상조
하는게 어디 있단 말인가
불교에서도 "일체유심조란' 법구경이 있다. 세상에 모든 일은 맘에 딸려 있다는 얘기다.
"고라니야 부탁을 하나 하자 뜯어 먹더라도 알뜰이 한 곳에서만 피해를
주지 말고 드문드문 뜯어 먹길" 바란다.
이젠 너를 야속한 적으로 너무 미워 하질 않을께
허허 어찌보면 너두 어린 자식과 먹고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건원. 강원 강릉시
고라니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건원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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