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나 고마운 사람, 큰 올케!
조영신
2019.06.04
조회 70
"고모! 쪽파 김치 한통 갖고 가요?"
오후가 되어 시장에서 사온 장거리들을 정리 할 무렵
큰올케의 전화를 받았다.
저번에 얻어온 김치가 일찌감치 바닥 났기에, 손수 담가볼 생각으로
두 단을 사왔던 참이다.
자주 얻어먹기만 해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
있는 솜씨 없는솜씨 발휘해
이번 만큼은 직접 담가보리라 마음 먹었다.
도전은 번번이 실패로 이어졌다.
착착 입에 감기는 감칠맛 까지 더해주는 올케의 손맛을 도통 따라갈 수가 없다.
어설프게 시작했다간 실패할게 뻔해 쪽파를 들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반지르 윤기나는 빨간 파김치 하나 돌돌 말아서 입에 넣었다.
곰삭아 알싸한 변함없는 그맛은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올케가 내게 베풀어준 사랑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첫아이 산후 바라지도 올케가 해줬다.
농사철이라 바쁜 친정 엄마를 대신해, 올케가 나서서
본집으로 오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한달동안 바라지 해줄테니 조금도 마음쓰지 말고 편하게 있어라'"
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시누이 산바라지를 자처해서 해준다는 건, 보통 마음으로
하는 소리가 아닌 줄 안다.
대게 삼칠까지 바라지를 마치면 집안일 정도 하는것 쯤은 무리가 없다지만,
한달간이나 해준다니 진심어린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때는 요즘같이 편리한 기저귀도 없었다.
일일이 손으로 치대 빨아아 하는 천기저귀를 썼다.
거기에다 오래된 주택이다 보니 수도가 자주 얼고 고장도 잦았다.
일일이 찬물에 비벼빨고 삶아 헹굼을 끝낼때 까지, 올케의 불편한 허리에
많은 무리가 따랐을 것이다.
올케네 네식구 빨래에, 하루에도 수 도 없이 나오는 갓난배기 기저귀를 더하면
잠시도 허리 펼 날이 없었다.

그런데다 아기의 황달이 심한 바람에 병원 문턱을 닳도록 업고
치료 받으러 다녔으니, 올케의 수고로움은 정말이지 끝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농삿일을 도우러 시골로 달려가곤 했었다.
봄이면 사과 접과를 하느라 눈코 뜰새 없었고, 모내기를 할때면 놉꾼들의
점심밥을 이고 좁은 논두렁도 마다않고 오가던 우리 올케였다.
어디 그뿐인가.
가을이면 사과를 따고, 쪼그리고 앉아 사과 꼭지를 치고
하나하나 상자에 정성스럽게 담아야 하는 중노동에도
조금도 몸을 아끼질 않았다.

친정 아버지 말씀이
"우리 집에는 며느리가 잘 들어와서 논 사고 밭 사고 집안살림 일궜다,"
고 하실 만큼 올케의 마음씨는 더없이 참했다.

내손으로 직접 담근 쪽파 김치를 이제는 올케에게 드려야 할 입장인데,
아직까지도 도움을 받고 사니 눈 감을 때 까지도
이 은혜 다 갚지 못할 것 같다.
'살아 가면서 꼭 갚아야지.'하는 생각은
늘 변함 없지만, 마음 만큼 잘 되질 않으니 죄스러울 따름이다.

삶에 지쳐 힘들때면 엄마처럼 포근한 마음을 내어주며 토닥여 주던
소중한 사람, 우리 큰 올케!
내 마음 깊숙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쓰러진 나를 거뜬히 일으켜 주었으니
더없이 감사하다.
어느덧 예순을 넘어선 올케와 믹스 커피 만큼이나 달근한 얘기를 나누며,
오늘도 나란히 보폭을 맞춰가며 함께 공원을 거닐었다.

김종환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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