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의 일기
황유진
2019.06.21
조회 88


서울에서 김포로 이사한지 9개월차..
40대 후반인 남편은 어느순간 '나는 자연인이다'프로를 시청하고...
저 역시도 다큐프로그램을 워낙 좋아해서
저희 부부는 자연스레 농사, 귀농,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누가 밭 한고랑 정도를 내준다고 하는데, 작물 키워볼래?"

이사하고 집안 곳곳에 식물을 키우고 있던터라.. 한고랑쯤이야 주말농장한다 생각하고 해보자 싶어서, 그러자고 했죠...

"밭 갈아뒀다고 하네? 오늘 가보자!"

룰루랄라~ 신나게 남편을 따라 갔죠....

"(헉...) 이...이거 한고랑 맞...맞아???"
"분명, 한고랑이랬는데?"
"그럴리가 없자나... 이렇게 큰데???"

알고보니,,,남편이 한두둑을 한고랑으로 잘못 알아들었더라구요...
기껏해야 1~2평인줄 알았는데... 16~7평정도의 밭을 맡게 되었어요...

초보 농사꾼들의 1차 멘붕...

일단 밭을 받았으니, 뭐든 해보자 싶어
밭에 돌을 골라내고, 비료도 뿌리고... 물도 주고..
비닐을 씌워서 씨앗도 심고...

그로부터 열흘 정도가 지나서 밭에 가보니
작은 새싹이 자랐더군요...

"이게 뭐지? 새싹이 자랐네? 우와... 우리 농사꾼 체질인가봐~"

"근데 나 이거 어디서 본거 같기도 하고.... 벌써 이렇게 자랐나?"

너~무 신났어요. 벌써 이렇게 빨리 자라는것도 신기하고...
작은 새싹을 사진으로 찍어서 검색사이트에 "궁금해요!"라는 코너에 질문을 올렸죠.

띠링~ 답글이 도착했어요..
두근두근.....뭘까... 여러 종류의 씨앗을 뿌려놔서 너무 궁금했죠...

<잡초 입니다. 강아지풀 또는 바랭이 종류로 보이는군요.>

"하.... 잡초래....우리...잡초보고 신났던거야?"

"잡초를 애지중지 키울뻔했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초보라서 이런 귀여운 헤프닝정도는 있어야지.. 라며 둘이 웃엇죠.
그리고 땡볕아래에서 잡초 제거를 말끔하게 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또 한 일주일쯤 지나서 가보니
저번하고는 확연하게 다른 식물이 자랐더라구요.

"아... 이번엔 잡초 아닌거 같애! 저번하고 잎사귀 모양도 완전히 다르고, 이번엔 확실해! 잡초 아닌거 같애!!"

확신에 찼습니다. 설레더군요.
저번하고 모양도 완전히 다르고, 비쥬얼도 남달랐거든요.

이번에도 검색사이트에 고수들에게 질문을 올렸죠!

식물/꽃 이름 질문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올렸어요.

1시간이 지나 답글이 도착...

<밭에서 여뀌가 자라는 모습인데요
작물을 방해하는 잡초로 취급이 되며 습한 토질에서 잘 자라는 식물 입니다.
농작물 심으려고 비닐덮은것 같은데 아무것도 심지않았군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또 잡초냐!!!! 그리고... 흑...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니... ㅜ.ㅜ 좌절...
우에에에에에에에엥.... 역시 농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ㅠ.ㅠ

저희 부부는 지금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번에 심은건 희망이 없는거 같지? 집 베란다에서 씨앗을 모종으로 키워서, 그 모종을 밭에다 옮겨심어보자!! 그러면 무럭무럭 잘 클거야~! 우하하하하하"

농사를 글로 배우면...이렇게 되나봅니다.ㅎㅎㅎ
올 가을엔 뭐라도 키울 수 있겠죠
또 밭에 가야하는데, 잡초가 반길까봐 걱정은 되지만,
아직까진 즐거운 초보 농사꾼의 해프닝으로 생각해보렵니다..

이 노래를 들어줘야 할거 같죠? <나훈아 - 잡초> 신청해봅니다. ^^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