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곡 존재의 이유2
강연경
2019.07.06
조회 142
어른들은 말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4년 전 요맘때, 할머니가 뜬금없이 아빠보고 부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부산?부산은 왜?의구심이 생겼지만 어른들 일이라 아무 말 않고 따라 나섰다.새벽에 출발을 해 익산의 할머니 댁에 들르니 할머니는"강 서방, 이것도 좀 실어."하며 박스 하나를 주셨다.무언지도 모르고 트렁크에 짐을 싣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엄마, 나는 먼저 담양으로 출발을 했다.담양에서 대나무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죽녹원’에서 대나무밭에서 사진을 찍었다.점심으로 아빠가 담양 명물이라고 떡갈비를 사셨다."에고. 강 서방이 무슨 돈이 있다고. 내가 이럴까봐 강 서방 좋아하는 찰밥에 불고기랑, 이것저것 싸왔는데."하며 여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할머니 음식 박스를 아빠가 갖고 왔다.모르는 사이인데 주인은 친정엄마 대하듯 할머니를 대하고할머니 역시 여주인을 딸처럼 대하며 음식은 주고받는데여주인은 할머니 음식 맛이 친정엄마 맛이라며 잘 먹었다고 했다.
우린 엄마회사의 수련원이 있는 산청에서 1박을 했다. 할머니는 내가 아기 적 때 같이 가보고 처음이라 했다.
다음 날 아침 부지런히 아빠는 부산을 향했다.맨 처음 간 곳이 달맞이고개의 목욕탕이었다.이름이 바뀌어 한 참을 헤매다 찾았고,여자들 끼리, 아빠와 할아버지랑 목욕을 하고부산의 명물이라는 밀면을 먹고 태종대까지 구경을 하고 다시 익산으로 오는 길이었다.곁에 계신 할머니는 울고 계셨다.'내가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혼잣말이지만 눈물이 배어 있기에 같이 눈물이 흘렀다."엄마, 왜? 아무 때나 오고 싶으면 가자고 전화하면 되지."하며 엄마가 말하자 할머니는 처녀 때 이야기를 했다.
작은아버지 손에 이끌려 부산에 와서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으로 남자 일을 자청해서 했고, 그 돈으로 익산에 집도 사고 결혼도 했다는 것이었다.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엄마도 곁에서 울고 있었다.뒷자리 여자 셋은 우는데 앞자리 두 남자는 무슨 맘인지 모르지만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만 어색함을 달래주었다.그렇게 익산에 오고, 다시 하룻밤을 자고 집으로 왔다.그리고 5개월 뒤,할머니는 세 번째 뇌출혈로 쓰러지셨고할머니 말씀대로 부산을 갈 수 있으나할머니는 갈 수 없게 되었다.할머니는 무당도 아니고 불교도 아니고그저 우리 민족 신앙을 믿으셨는데우린 할머니 행위가 불교나 무당으로만 여겼었다.
이제는 안다.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손만은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뭐든지 다 하고 싶으셨던 것이다.지금 내가 부처님, 하느님, 알라신을 비롯해 모든 세상의 신들에게 우리 할머니 빨리 나아서가고 싶은 부산에 모시고 갈 수 있게 해 달라고.머나 먼 외국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데이 가까운 부산, 왜 할머니만 못 가신단 말인가...할머니, 이번에는 제가 모시고 갈 테니까 빨리 나으세요.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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