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더운 여름이 오면 엄마는
"야, 얼음가게 가서 얼음 한 덩어리만 사 와라."
하셨다.
그럼 나는 딱지치기 하다가도 얼음을 먹을 욕심에
"네~~"
하고 돈을 받아 얼음 氷 자가
파란 벽에 붉은 글씨로 써 있는
가게로 달려간다.
거기서는 대왕 톱으로 얼음을 썬다.
그럼 빙수 같은 얼음가루를 맨손으로 주워먹는다.
정말 시원하다.
요즘은 집에 냉장고, 냉동실이 있고
아이스커피가 지천이라
남은 얼음도 버릴 지경이다.
지푸라기로 엮은 끈으로 얼음을 사각으로 묶어주면
집으로 냅다 뛴다.
그래야 얼음이 덜 녹으니까.
엄마는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함지박 물에 담가 놓았던 수박을 숟가락으로 떠내
양푼에 담고 계신다.
수박의 검은 씨가 매력이다.
수박만 있어도 최고이거늘
엄마는 예쁘라고 참외도 깎아 넣으신다.
거기에 사이다를 붓고, 사카린도 넣고
방금 가져간 얼음을 쟁반에 놓고
바늘을 대고 톡톡 망치질을 하면
커다란 얼음이 조각이 된다.
그걸 다시 수박과 과일이 들어 있는 양푼에
옮겨 담아 잠시 두면
정말 이가 빠질 정도로 시원한
수박화채 과일 화채가 된다.
그러면 엄마는 한 그릇 떠서
"야, 군인 집에도 갖다 줘라."
그걸 조심스럽게 들고 가면
그 집에서는 나중에 먹으라고 마른 국수 한줌을
접시에 담아 준다.,
기는 정에 오는 정은 확실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정 마저 사라졌다.
세상에 수박은 지천이거늘
얼음 氷 자가 쓰여 있는
얼음 겸 석유 집은 보이지 않는다.
생각난 김에 오늘 수박 한 통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해서
옆 공장 식구들과 나눠나 먹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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