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보고 싶고 그리고 많이 미안해.
기억나니?
우리 스물둘, 보증금 300에 월세 20짜리 옥탑방에서 살던 그해 여름.
선풍기 한 대로 그 지독한 더위를 버티며, 노란 장판 위에 양은냄비 하나 두고 신김치에 라면 한 그릇 나눠 먹던 그때 말이야.
돈 없어도 꿈은 많아서, 너랑 나는 밤하늘 별 보며 "우리 나중에 꼭 성공해서 부모님 집부터 사드리자"고 새끼손가락 걸었었지.
그런데 친구야,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차갑더라.
각자 살기 바빠 연락이 뜸해지던 어느 겨울, 네가 조심스럽게 빌려달라던 그 돈 100만 원.
나 사실 그때 여유 있었거든. 근데 나도 모르게 겁이 났어.
돈 때문에 우리 사이 틀어질까 봐, 아니 실은 내 주머니 얇아지는 게 더 무서웠던 못난 마음이었어.
차갑게 거절하던 내 목소리에 네가 "미안하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며 힘없이 끊던 그날의 통화가, 우리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나중에 들었어. 그 돈이 네 어머니 수술비 보태려던 마지막 희망이었다는 걸.
그 소식을 듣고 비 내리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나 좀 도와줘 친구야. 네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 지금도 눈물이 쏟아져.
내가 뭐라고, 그까짓 돈 몇 푼에 너라는 소중한 인연을 등졌을까.
친구야, 보고 싶다. 내 마음속엔 여전히 그때 그 옥탑방에서 풍기던 라면 냄새와 너의 환한 웃음이 맺혀 있어.
이제야 철이 들어서, 너 없이는 그 어떤 성공도 빛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너의 연락처를 지우지 못한 채 번호만 만지작거린 지 벌써 몇 년째일까.
이 사연이 전파를 타고 네 귀에 닿는다면,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
이제는 내가 성호 너의 든든한 옥상이 되어주고 싶어.
처음 그 마음으로, 아무 조건 없이 너를 안아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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