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꾸준히 해오던 출근 대열에서 이탈했다. 퇴직했기 때문이다. 이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출근하지 않으니 당연히 퇴근도 없다. 퇴근 대열에서도 이탈한 것이다. 두어 달 전 출근길, 물 흐르듯 길게 줄지어 가고 있는 차들의 행렬을 무심히 따라가던 중 떠오른 생각, '아! 이 대열 속에서 이탈할 날도 멀지 않았구나'였다.
이탈하는 것은 출퇴근 대열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할 곳을 찾아다니던 대열, 저녁이면 회사 동료들과 술 한잔하거나 회식하는 사람들의 대열, 업무 관련 소통을 위해 개설된 단체 채팅방에서도 이탈해야만 했다.
익숙한 것들과도 결별했다. 출퇴근길에 즐겨 듣던 라디오 방송, 정들었던 동료들, 수십 년간 해왔던 회사일, 다녔던 직장의 이름과 전화번호, 부장님이라 불리어지던 나의 호칭,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자신있게 건네주던 나의 명함 등과도 결별했다.
생각해보니 이탈은 지금처럼 회사에서의 퇴직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생애에서 보면 우리는 숱한 이탈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하나의 과정을 마치면 그 조직이나 무리에서 이탈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고립되어 살아가는 것은 많이 어렵다.
다시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들판에 홀로 버려져 있는 것보다는 조직 속에, 무리 속에 들어가 있을 때가 더 마음이 편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재취업이든 취미,봉사활동,교육과정이든 새로운 대열을 찾아보자.
이전처럼 상사로서의 권위를 누리지 못하더라도 시간에 얽매어거나 실적압박에 시달리지도, 승진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는 여유롭고 느굿하고 마음 편한 대열에 들어가는 것이다.
신청곡 부탁드립니다. '김동률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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