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8년 째라 할머니가 된 아내
이건원
2025.11.15
조회 22
결혼 48년 째라 할머니가 된 아내




다가오는 11월 29일이 나의 결혼 48주년 기념일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흘러 강산이 네번 바뀌고도 8년이 더 지난 긴 세월이다.

꽃보다도 곱스런 아릿다운 아내는 세월로 화장을 하고 하얀단풍이 곱게 물든

노파가 되어 있다. 아무리 속일래야 속일 수 없는 세월이요 아내는 앉았다가

일어 설때면"아이쿠 아이쿠" 무릎이 저리다고 신음소리를 뱉는다.

들을때마다 나이가 한낱 숫자가 아님을 절실이 저며온다.

과장을 섞어 이를 좋게 대변한다면, 손주 여섯명중에 큰손녀가 벌써 18살이나

되어 얼굴이 볼스레한 아가씨 테가 나니 어이 세월만 갔다고 한탄할 수 있겠는가

아릿다운 아내가 저리 곳감같이 주름이 진 여인이 된 것은 세월탓이 10%

이고 나머지는 모두 나의 못난 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잘 살고 있는 집이든 농토 든 모든 재산은 아내의 고운손이 거친손이

되면서 마련한 짜디짠 소금보다 짙은 눈물이 변화된 인증물이다.

저녁에 곤히 코를 골며 자는 칠순 중반의 아내에 모습을 볼때면 나는 중죄를 진

가장 큰 죄인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26세에 혼인하자 타향살이를 하면서 이사를 13번이나 하며 그것도 전세가

아닌 월세로 그 월세는 보증금 마져 없는 월세로 단돈 5천원으로 1977년 부터 속초에서

3년을 넘게 살다가 혼인 13년만에 18평형 연립주택으로 20년거치 상환하는

대출 30%를 받아 겨우 명의만 바뀐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했다.

4남매의 큰 며느리로 시집을 왔기에 어려운 내 살림을 하랴 막내동생 학비까지

부담했으니 얼마나 고충이 큰 고생스런 하소연은 아마 밤새도록 소설 몇 권은

엮을 것이다. 아내는 입택하는날 "이젠 집주인 눈치 않 보겠네" 라고 했다.

한 많은 세월이 주마등같이 지나갔지만, 아내한테 마음만이라도 편히 해 준 적이

없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꽃바구니가 아니라 고생했다고 지나치는 말이라도

해 준적이 없었다. 어찌보면 목석같은 남편한테 시집와 일만하다 칠순 중반의

노파가 된 셈이다. 그래도 남편이란 명목을 한 것은 4년전 44주년 결혼 기념일에

고작 백두산 여행한 것 뿐이다.

아내는 처음 함께한 외국여행이라 좋아한건지 내 체면을 보느라 좋아한 척

한건지 종종 지인들에게 전화로 천지를 보았다고 자랑을 했고 자식들에겐 너의

아버지덕에 2744m 백두산까지 다녀 왔다고 자랑아닌 자랑을 하는 것을 볼 때면

괜히 부끄럽기까지 했다.

여보 이리 내 소유의 집 가지고 아이 둘 혼인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것은

모두가 당신의 소금 보다 더 짠손으로 엮은 고생한 공이니 너무 고맙다고 맨정신에는

겸면쩍어 말을 못하지만 막걸리 한잔 먹으면 고맙다교 말을 하곤 한다.

내가 이 생에 잘한 것 하나 있다면 당신이란 멋진 천사를 만난 것

아닌가 여겨 진다오!

어찌됐든 지나온 시간은 고역의 역사이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 역사는 오직

당신의 편에서 무엇이든 해 주고 싶으니 다소 원통하고 손해 보았다고 하더라도

좀이나 이해 하면서 건강을 잘 챙겨 못한 것 하며 살아봅시다.

앞으로의 문제는 건강 뿐이니 고장이 난 몸을 잘 수리하고 맘을 잘 다스려서

못해준 것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니 하나하나 성냥개피 쌓아올리듯 죄 많은

이 못난 이 남편을 용서하며 살아 주었으면 고맙겠오

이미 예약한 서유럽 여행중 스위스 빙산 융프라우 에서 결혼 48주년 축배를 듭시다.

아마 이 글이 cbs에서 우리 둘을 위한 축하 방송이 만일 나온다면 그 때는 2단 산악열차를

타고 오르는 순간이 아닐 지 모르겠오

상상만 해도 지난 48년 간의 기나긴 세월이 꿈만 같이 여겨 진다오

친손4. 외손2 손주 여섯을 둔 하얀머리 아내한테 꼭 전할 말은

당신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사는날 까지 오직 당신을 위해 살겠오





이건원 ,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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