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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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일한다는 것...
이영호
2009.11.05
조회 56
안녕하세요 윤희씨. 오늘은 제 일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제 주된 업무 중 하나는 회사의 사보를 제작하는 것 입니다. 사무분장에 등록된 많은 업무 중 사보 업무가 거의 절반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가장 애착이 가는 업무이기도 하죠. 44페이지 짜리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 매달 초 그 달의 기획안을 만듭니다. 그리고 아이템 별로 취재 대상자와 글을 써 줄 사람을 물색합니다. 취재섭외가 사보의 거의 절반에 이를 만큼 생각보다 힘든 일이죠. 어떤 달은 섭외가 수월할 때도 있지만, 어떤 달은 기획안에 맞게 섭외하는데 3일 이상 걸릴 때도 있답니다. 어느정도 기획에 맞게 취재 대상자와 집필진이 구성이 되면 팀장님께 결재를 올립니다. 결재를 받고 나면 앓던 이가 빠진 것 처럼 속이 무척 시원하죠.

그리고 남은 한달 동안 취재 일정에 맞추어 사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닙니다. 가끔은 여행가는 기분으로 지방으로 내려 갈 때도 있고요. 실력은 별로지만 제가 직접 카메라를 메고 다양한 모습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회사 가족들을 만나기도 한답니다. 저와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들의 삶을 글로 옮기는 일 어찌나 행복한지요. 취재와 글에만 매달리는 날은 마치 듣고 싶은 과목만 듣던 학창시절의 설렘과 다를게 없을 정도랍니다.

가끔은 사보 기사를 쓰느라 오늘처럼 밤늦게 퇴근하기도 하지만, 다른 일 때문이 아닌 사보 기사를 쓰고 난 퇴근길은 뒷 맛이 개운해서 발걸음이 무척 뿌듯하죠. 우여곡절 끝에 마감한 사보가 나오는 날, 막 인쇄된 사보를 보면 마치 오랜 시간 불을 지펴야 맛볼 수 있는 가마솥밥을 한 숟가락 먹은 것 처럼 머리끝이 삐죽 선답니다. 그리고 우리집에 사보가 배달 될때면, 우리 딸아이는 "이거 아빠가 만드는 책이지?"라고 아내에게 몇번을 되묻는곤 합니다.

가끔 실수 때문에 어설픈 사보가 나와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다음달에는 이런 허접한 실수 따윈 하지 말자!'는 마음이 밀려와 사보제작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내일 아침 부서 직원들에게 내년도 사보 콘텐츠 개선안 의견을 듣는 회의가 있어요. 회의 때 발표할 자료 만드느라 오늘도 저녁 늦게까지 일하지만, 사보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네요. 막 솥에서 꺼낸 가마솥밥을 먹는 흥분과 설렘이 당분간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업무는 떠나가도 좋으니 사보 만큼은 꼭 내 곁에 남길 바랍니다.

노래 하나 신청할께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 맘 때가 되면 늘 입가를 맴도는 노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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