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녀를 떠나온게 잘 한 선택이라고 믿고있지만
다 아물은 상처를 다시 뜯어내는것처럼 한쪽 가슴이 쓰라립니다.
미련인 건지... 아님 미련한 건지...
얼마전 친구 집들이에 갔다가 오랫만에 와인에 입술을 흠뻑 적셨습니다.
대학졸업 후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들의 안부도 묻고
서로의 진로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또 옛날 옛날 넌 이랬더랬지... 하며 추억거리도 나누다보니
지나간 사랑이야기도 흘러 나왔습니다.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난 친구들은 뒤늦게 깨달은 미안함에
연거푸 한숨을 쉬어댔지만 어리석게 미련을 두지말자며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자고 했지요
시끄러운 가게가 아닌 안락한 집에서 마시는 와인이라서 일까요?
한잔... 두잔...
잘도 넘어갔고 우린 12시가 넘어서야 헤어졌답니다
집에 오는 택시안..
문득 오래전 그녀가 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5년의 만남... 그리고 헤어진지 흐른 5년의 시간...
휴대폰에 저장해 두지는 않았지만 잊혀지지 않은 그녀의 전화번호...
5년전 우린...
서로의 통화는 평생무료인 커플폰을 만들었거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택시안에서
예전 그녀의 커플휴대폰 번호를 눌렀습니다.
'받지마라... 받지마라... 제발 받지말아라...'
'그냥 나 혼자 뜨거운 한증막에서 모래시계를 거꾸로 돌리는것이니
제발 아무 응답도 어떤 이야기도 만들지 말아라....'
그런데 참 다행이었습니다.
전화벨 신호만 갈 뿐 아무도 받지 않았으니까요
집에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잘려고 누웠는데
발신번호에 0 이라고 찍힌 문자가 왔습니다.
'아직도 매너 좋은남자라고 하고 다니냐?'
'밤 늦게 전화한걸 보면 그리 절대매너라고 할 수 없는데..'
순간 헉... 하고 입이 벌어졌습니다
그녀인듯했습니다.
'내 휴대폰 번호는 바뀌었는데 그녀가 나인걸 알았나?'
'그럼 그녀는 아직도 옛날 커플번호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건가?'
밤새도록 잠을 뒤척였습니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하나... 그래.. 레터링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 레터링은 절대매너남이었어...
그래서 그녀가 나인줄 쉽게 알 수 있었던거였어...
술이 깬 아침... 오래전 그녀에게 정말 미안해졌습니다.
오래전 그녀와 만날땐 지겹도록 싸우고
목소리만 들어도 실증이 났었는데
지금은 날 바라봐주던 눈빛... 입가에 머문 미소...
그런것들만 생각이 나네요
따뜻한 봄에 찾아온 단순한 무드셀라 증후군인가봅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 선택은 옳았고 서로를 위해 잘 된 일입니다.
지금 내 옆엔 오래전 그녀보다 날 더 이해해주고
날 더 감싸주는 여자친구가 있으니까요
이런 나...
절대매너를 가진 남자라고는 할 수 없겠죠?
신청곡: 나윤권, 별-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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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있는 남자는 아닌가봐요
고일용
2010.03.09
조회 4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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