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서부간선도로는 참으로 어여뻤습니다. 추운 4월을 밀어내려는 듯한 활짝 핀 노란 개나리가 정말이지 '흐드러졌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이렇게 봄이 오는구나-
나의 30대도 이렇게 봄이 오는구나-
하는 야릇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제 품에서 꼼지락꼼지락 움직여대는 9개월된 꼬마 녀석에게 개나리를 설명하고, 꽃내음을 설명하는 엄마의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 청소며, 묵은 이불 빨래며, 아기 옷을 삶고, 이유식을 만들고, 밑반찬을 만들고, 내일 회사갈 옷을 준비하노라니 갑자기 울컥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슈퍼 아줌마'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큰 욕심인지 이제서야 조금 알겠습니다. 아기를 키우며, 회사에서도 완벽하게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하는지도 이제서야 조금 알겠습니다.
햇살 좋은 봄내음을 맡으면 예전에는 소풍 생각이 났건만, 이제는 이불을 빨아 널어 뽀송뽀송해지게 덮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는 건 과연 좋은 일인지 서글픈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를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고, 그 모든 피곤함을 잊게 만드는 작고 귀여운 우리 꼬맹이 아들이 있기에 개나리의 봄소식에 이불 빨래 생각하는 아줌마여도 좋다는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문 활짝 열고 봄바람 맞으며............냉장고 청소도 해 보렵니다.^^
신청곡 : 이승환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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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개나리와 대한민국 슈퍼 아줌마
정미영
2010.04.04
조회 1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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