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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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음치 부녀에게!
지철구
2010.05.08
조회 28
안녕하세요? 꿈음님...
제가 노래를 아주 못하는 음치중의 음치거든요. 그래서 노래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답니다.
이제껏 노래방에 가서 노래 불러본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내만큼은 노래 잘하는 여자로 맞이하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아내가 가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래를 곧잘 부르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다름아닌 우리 아이들이랍니다.
피는 못속인다는 말이 있듯이 애들이 하필이면 저를 닮아 음치거든요.
그나마 아들녀석은 좀 나은데 딸애가 영~~~~~ 음치인 제가 듣기에도 힘들정도예요.
음정 박자 무시는 기본이고 소위 삑사리까지 게다가 딸이 목소리가 커서 기차화통 삶아 먹은듯한 소리로 노랠하면 ..... 정말 들어주기 힘들답니다.

한번은 딸애가 학교에서 음악 실기시험이 있었는데
딸이 연습벌레에 완벽주의 성격의 소유자라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거예요.
마루나 마당에서 하면 좋은데 얘가 사람을 쫒아다니면서 "아빠, 나 노래하는거 맞나 봐봐" 하면서 사람을 귀찮게 구는 겁니다.
"아! 아! 아빠 바빠. 엄마한테 가서 봐달라 그래." 하고 보내버렸어요.
너무하다구요? 저도 처음엔 딸의 노래 연습하는걸 도와줬죠.
시험점수에 들어간다는데 잘불러서 높은점수 받아야죠.
그래서 "함, 불러봐봐. 아빠가 봐줄께." 했는데 이건 음이 도통 맞지를 않으니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수민아, 아빠 잘 봐봐. 여기는 이렇게 부르는 거야." 하고 시범을 보였는데 헐~~~ 저역시 음치이다보니 음이 맞지 않아 딸이 "뭐야? 아빠도 나랑 똑같이 부르네!" 하는거예요.
어휴! 그때의 답답한 속은 아무도 모를겁니다.
아무리 애쓰고 가르쳐 주려해도 능력 밖의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음악 만큼은 전적으로 아내한테 일임을 했죠.
아내는 딸애의 비정상적인 음을 잘 잡아가면서 가르쳐 줬는데
또 문제는 연습벌레인 딸이 우리 방에 와서 들어보라며 노래를 계속 부르는겁니다.
듣기 좋은 노래는 자장가 삼아 듣겠지만, 이건 노래도 뭐도 아닌것이 소음이 따로 없다니까요.
아내의 가르침 덕분인지 점점 딸의 노래가 제음을 찾아가더라구요.
그렇게 몇날 며칠을 딸이 노래 부르며 지내고 드디어 음악 실기 시험을 보는날이었어요.
딸은 "아빠, 오늘 노래 잘 부를수 있을까? 잘 불러야 하는데... 어쩌지?" 하고 불안해 하는겁니다.
그래서 "얌마! 니가 노력한게 얼만데? 틀림없이 잘볼거야. 걱정마!" 하고 격려를 해줬어요.
그리고 그날 저녁 딸애를 집에서 다시 봤는데 딸이 노래를 안부르니 조용한 집이 어쩐지 낯설기까지 하더라구요.
딸한테 "너 음악시험 잘봤어?" 하고 물으니까 딸이 "몰라!!!" 하며 대꾸도 않고 tv만 보더라구요.
그래서 "왜? 잘 못봤어?" 하니까 "왜 난 엄말 닮지 않고 아빠를 닮아서 노래도 못부르는거야? 선생님이 b주셨단 말야."
"에이~ 잘 받았네." 전 솔직히 b도 감지덕지 했거든요.
그랫더니 딸은 " 나도 정미만큼 불렀는데 걔는 a주고! 아이 신경질나! 우리반에 b받은앤 5명밖에 안된다고!!!" 하며 눈물까지 떨구더라구요.
하긴 딸애가 노력한것에 비하면 결과가 만족스럽진 못했을 겁니다.
엄청나게 노력했거든요. 헌데 타고난걸 어쩌겠습니까? 이 아빠를 원망하는 수밖에....
"다음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점수 받자~" 하고 우는 딸을 위로하는게 전부였지요.
예체능은 아무리 필기를 잘봐도 실기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실기 점수가 안좋으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거든요.
우리 학교 다닐땐 공부 잘하면 예체능 실기 점수는 선생님들이 대충 알아서 높게 주셨는데 요즘은 안그러나 봅니다.
그러니 속상할만도 하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렇게 태어난걸....
[노력하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선천적인 재능이 뒷바침이 되어야 빛을 보는것 같네요.
전 딸이 기대했던 만큼 점수가 안나오더라도 딸이 실망하지 않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우리딸~ 넌 음악은 못해도 아빠 닮아 수학은 잘하잖니?
우리 그걸로 위안삼자. 알았지?

봄처~녀 제~오시네~ 하며 매일밤 노래를 부를땐 듣기 싫더니 이젠 나도 모르게 봄처녀를 흥얼거리네요. ㅎㅎ
음치 딸과 음치 아빠가 노래를 아주 잘하는 이승철의 콘서트를
보고 나면 좀 나아질까요?
딸에게 선물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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