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오전 11시. '이야기가 있는 엄정행 콘서트'에 친구의 초대를 받고 참석했다.
엄정행님이 누구던가?
우리의 대학 시절엔 포크송, 팝송 못지않게 가곡이 대세였다.
봄밤, 가을밤을 수놓던 가곡의 선율에 빠져 들고파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그 공연에서 단연 인기 1순위는 엄정행님 이었다.
연미복이 아닌 양복에 와이셔츠 넥타이 차림의 그가 무대위에 들어섰을 때, 나의 첫 느낌은 "아~~세월을 당할자는 없는거구나...."였다.
올해 66세, 거기다 2007년에 뇌졸증으로 한차례 쓰러진 경력이 있는 그의 목소리는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전율을 전해줬다.
학창 시절엔 배구 선수로 뛰다가 단신 때문에 체육대에 불합격 한 후 일주일 음악 연습하여 경희대 음대에 합격했다.
유학의 꿈이 없진 않았으나 자신이 유학길에 오르면 아홉 식구가 단칸방에서 생활 할 것이 불보듯 뻔해 포기 했다.
그 후 돈을 모아쥐고 미국 오페라계에 뛰어 들었으나 분장사의 한마디에 사흘만에 우리 나라로 되돌아 왔다.
그 분장사의 말인즉, "당신은 이 바닥에서 결코 성공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서양인의 이목구비는 또렷하기에 분장한 모습이 객석에서도 확연하게 공감 할 수 있는 케릭터가 되지만 당신은 밋밋한 얼굴 윤곽 때문에 객석에서 봤을 때 그냥 둥근 달의 형태일 뿐 이다.
또 한가지의 큰 단점은 언어 발음 문제다. 당신은 이미 이쪽 발음을 교정 하기엔 너무 늦은감이 있다.
당신 나라에도 아름다운 노래가 많지 않느냐? 당신 나라에 가서 그곳의 아름다운 노래를 실컷 불러라" 였다.
김동진 선생님 앞에서 육십 여 번의 연습 끝에 탄생한 '목련화'를 열창 했을 때 우리 모두는 기립 박수를 끊임없이 보냈다.
세상 모든것에는 주인이 따로 있다면 '목련화'야 말로 엄정행님의 것 이라는 확신을 새삼 되새기고 왔다.
일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성악인들이 가장 꺼려 한다는 아침 시간대에, 그는 그 모든 악조건을 뒤로 하고 아름답게 그 시간대를 채색했다.
앵콜송으로 마지막에 부른 '강 건너 봄이 오듯'의 선율엔 감동으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고향의 노래, 옛날은 가고 없어도 못지않게 참으로 좋아 하는 가곡이였기 때문이다.
'앞강에 살 얼음은 언제나 풀릴이거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아름 안고서 물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누나.
앞 강에 살 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이 봄, 나는 아직도 꿈을 이야기 해도 될것 같다.
(신청곡)
거위의 꿈.......인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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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봄이 오듯
황덕혜
2010.05.14
조회 14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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