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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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쌤 K의 주절거림
윤희영
2010.05.22
조회 32
어렸을 때 나는 똑순이었다.

그 누가 봐도 초롱초롱한 눈빛과 결연함을 보여주는 보조개, 또롱또롱한 잔머리를 가진 영특한 아이었다.

동네아이들을 다 모아놓고 학교놀이를 할 때면, 회초리를 든 선생님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나였다.

때문에 평소에 미워죽을것 같던 약간 맹한 아이들을 선생님이라는 미명하에 벌 줄 수 있었고,

그 아이의 어머니는 해가 어수룩 질무렵 밥먹던 숟가락 놓고 부득부득 이를갈며 도끼눈을 해 가지고 서는
우리집 으로 뛰어와 우리엄마 에게 따지듯 낮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고 엄마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곤 했다.

딸 넷 아들 하나, 내 형제들 가운데에도 나를 능가할 자 아무도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피아노를 전공한 우리언니도 나의 절대음감에 적지않는 경쟁심을 느꼈을 테이고,

성악을 전공했던 내 막내 여동생도 평상에 누어 도끼눈 떠가며 "냉면" 이라는 노래를 주눅들어가며 배웠던 기억이 새록하고,

우리 셋째에게 나는 지금도 영원한 히로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링에서 코피 흘리고 쓰러지는자를 우리는 패배자라고 부른다.

지금 나는 패배자다.

오래 전 나의 결혼생활도 배우자의 외도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고,

영문과를 졸업하고 대학 4학년 때 부터시작한 학원강사 생활 어언 헤아릴 수 없이도 오래됬지만,

학생을 생각하지 않고 돈만 밝히는 그런 원장님 들에게 과감하게 사표를 뿌리는 나의 욱함을 자제하지 못하고,

15년 나의 경력에 먹칠이라도 하듯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기도 했다.



슬하의 자녀수나, 통장 잔고나, 현재의 지위, 뭐 이딴것들로 사람들을 평가한다면

나는 가진것이 없는 빈 털털이라고 해도 할말 없다.

하지만, 나로 인해서 영어를 열공하게된, 지금은 너무 오래되 이름도 가물가물 한 나의 제자들이 나의 재산이라면,
또 그런면에서 나는 억대 부자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적지않은 인생을 살았고, 앞으로 살아온 만큼 또 살아갈 것이다.

장성한 내 제자들이 어느날 문득, 그리도 안 외어지던 어느 단어를 우연히 마주하고,

가느다란 눈으로 나를 떠올려 준다면, 한 칸 반쯤 남아있는 내 인생의 배터리는 어느덧 모자람 없이 채워짐과 다름 없을것이다.

열심히 욕심없이 달려오다 보니, 꽉 쥐어진 주먹에 남은것은 오로지 땀 뿐이다.

언젠가 움켜 쥐었던 주먹을 펴고, 땀을 식히면서, 허리를 젖히고 하하하 웃을 그날을 생각하면서 미리 한번 웃어보자, 하하하.........(이부분 매우 중요함, 진짜 큰소리로 웃어주세요.ㅋㅋ)





-새 학원 출강을 이틀 앞둔 허접한 영어선생 K 의 주절거림.-
다음 학원에서는 성질 죽이자.



실명은 밝히지 않는 것이 더 나을듯 하고요, 새로이 일을 시작하는 저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이승철 콘서트 티켓 일요일것으로 부탁드릴께요. 수고하십시오. 항상 퇴근길에 방송을 듣곤 했는데요, 일을 시작하면 놓칠수도 있으니, 방송 날짜를 좀 알려주시기 바래요.


허윤희 킹왕짱 입니다.
신청곡은 인순이- 이별연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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