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공항까지 넉넉잡아 3시간 30분 이면 도착 할거라 여기고, 공항내 식당에서 저녁 식사 마치고 느긋하게 커피 한잔 하고 헤어지자며 선영 언니와 나는 넉넉한 시간을 두고 차에 시동을 걸어 이즈미트를 출발했다.
해질 즈음의 마르마르(일명 말마라 해협) 해협의 전경을 내가 너무 좋아 하는탓에 그 풍경을 한번 더 보여 주고픈 언니의 맘씨가 살짝 엿보이는듯도 했다.
넓은 해협에 튕겨져 솟아 오르는 햇살의 비늘을 난 늘 감탄하며 바라보곤 했다.
장롱 속에 겹겹이 싸놓은 금붙이들은 비교가 무색하리만큼 그 빛이 너무 조악 하다면서...
순조롭게 달리던 차가 멈칫하며 서는가 싶더니 두 시간 동안 0.7km 밖에 나아가지 못하는거였다.
저녁밥과 커피는 애저녁에 날라가 버렸고 비행기 이륙 40분 전에 티켓팅이 끝나야 좌석 배정을 받을 수 있는 거였기에 맘이 옥죄여 오기 시작했다.
선영언니는 싱글 거리며 "얘~ 이왕 이렇게 된거 수요일 비행기 타고가~~" 염장을 질러댔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정작 공항에 도착하자 내 여권과 비행기표를 집어든 길죽길죽한 다리의 언니는 잰걸음을 놀렸다.
"넌 천천히 와라~"하면서...
1분을 남겨놓고 티켓팅을 끝냈다.
전화위복....은 이럴 때 해당되나 보다.
일반석은 이미 만석이라 vip 석으로 가라는거였다.
그것도 딱 1좌석 남았다면서...
순간 언니와 나는 마주보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어물쩡 거릴 시간이 없어 바로 출국 심사대로 가면서 언니와의 애틋함을 머리위 사랑 표시로 대신했다.
출국 심사대를 빠져 나오면서 흘낏 바라봤더니 기어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대고 있던 언니.....
마음이 천근만근 납덩이를 매단듯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이윽고 기내에 입장 하는 시간.
아니, 이렇게 중후하고 핸섬한 남정네들 중간에 자릴 잡다니~~
이럴줄 알았으면 염색이나 하고 올걸 그랬나?^^ㅋㅋ
상냥한 승무원이 실내 슬리퍼를 갖다 주질 않나, 식사 주문을 받으러 오질 않나, 터치 하나로 180도 누워 올 수 있는 침대가 되질 않나...
이래서 사람들이 금전에 그렇게 목을 매나 보다~~새삼 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인천 공항에 입국 수속을 밟으면서 내가 사는곳의 공기를 폐부 깊숙히 빨아 들였다.
"많은곳을 다니셨네요~~사업 하시나 봐요~~그런데 혼자세요?"
알고 싶은것도 많은 그분께 만국 공통어 미소로 답을 해줬다.
일단 인천 까지는 왕비 대접을 받으며 도착 했는데~~공항 리무진 버스로 대구까지 오는 시간이 4시간 하고도 30분 이나 걸렸다.
그래서 지금 나는 곤죽처럼 짓이겨진 몸뚱아리에 벌겋게 성난 편도와 인후염을 심하게 앓곤 있지만 나와 내 가족의 체취가 물씬 베어 있는 이부자릴 애인 품에 안기듯 헉헉대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ㅋㅋ
이즈미트 집을 나서서 대구 집으로 오기까지 22시간이란 긴 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7월 하순 에게해 부근의 환상적인 섬 다섯곳을 크루즈 여행 하자며 언니가 쥐어준 비행기표를 다시 활용 할것 같은 확신이 든다~^^
(신청곡)
정거장.......이석훈
별이 될게......디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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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간의 긴 여정~
황덕혜
2010.06.09
조회 6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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