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휘리릭 읽어 치울 쉬운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일 작파하고 머릴 쥐어 뜯으며 어렵게 읽힐 책도 아니다.
예전 작가의 어느 글에서 투가리 바닥에 양념이 말라 붙어 있는 정경을 '투가리에 핀 버짐' 이라고 표현한 구절을 읽으며 '글쓰기의 내공이 탄탄한 작가' 라는 느낌이 왔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이책은 풍부한 어휘덕에 생경 스럽고 당혹 스럽기 까지 한 낱말들이 많이 나와 책 좀 읽었다 생각한 얄팍한 자존심을 볼성 사납게 여지없이 구겨 놓고만다.
역시 글이란 풍성한 어휘력을 보유한 사람이 자기것화 하면서 우리 독자들의 감성을 작가가 의도한 그 무엇에 집결 시킬 수 있는 자 만이 '작가'라는 칭호를 얻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라 여겼다.
그만큼 책의 품격이 높다.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민봄내' 이름 석자가 낯설지 않음이었을까...
여느 작가의 글을 대한듯한 마음은 없어지고 대신 날카롭게 한줄 한줄 뜯어 가며 세심하게 읽게됐다.
평이한 일상의 글이고 우리 세대가 한번쯤은 경험해 봤음직한 내용들이라 그닥 새삼스러울건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들의 뒷여운은 묘한 통증을 유발 시켰다.
분명, 그녀가 앓고 있는건 느끼겠는데 그것도 '사랑' 이라는 모티브에 지금껏 앓고 있음은 분명 한데 그 통증의 중심에 합류할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감질나게 만들었다.
추천글에서 이병률님은 '마르고 닳도록 성장통을 껴안고 사는 그녀의 삶과 무늬' 라고 썼다.
나는 그녀가 아직도 '생인손'을 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세대에 어릴적 한번쯤은 된통 앓았을 생인손의 통증을 어디 내려 놓을곳 없어 혼자 속앓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작정 하고 앓으려면 질퍽하게 진물이 흐르도록 펼쳐 놓고 앓았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했다면 누군가가 약이라도 사들고 곁에 왔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진물 자체에 회복 능력이 있어 스스로 어느 선에서 딱지가 앉을수도 있었으련만....
남에게 내상처 보여주기 싫고 진물 같은건 너무 혐오스러워 전전긍긍 하다가 딴딴한 알갱이가 가슴 밑까지 차고 올라 어찌해 볼수 없는 지경에서야 이글을 쓰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책머리에 그녀는 이렇게 실토해놓고 있다.
'사람은 기다리되 사랑을 기다려본 적 없는 여자가 뒤늦게 꿈꿔보는 여정이, 책을 쓰게된 첫 마음 이었다.'
어느 문인의 말을 인용한 "외로움에 사무치면 안개도 사람인가 하여 안아 보는 새벽" 이 있을 거라고, 왜 짐작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준비가 돼 있더라도 고독이란 당해 봐야 하는것이다. 라는 구절이 작가의 뼈아픈 고백을 옮겨 온것이 아님인지...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거리는 탁자를 준비하느라 부엌을 헤집고 있을 테니까....'라는 간절한 소망을 얼핏 비치는가 하면, '아무리 간절해도 붙잡지 말고 아무리 버거워도 내치지는 말자고, 그렇게 애 쓰면서 살아보자' 라며 시치미 뚝 떼고 있다.
이책의 묘미는 다 읽은 후 2~3일이 지난뒤에 있는것 같다.
새록새록 내용들이 가슴속에 고이면서 명화의 사진들과 분명한 매치가 엮이면서, 그렇게 안달이 나던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 하고자 했던 멧세지가 전광석화 처럼 온몸을 훑어 내린다.
역시 그녀는 고단수다.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어떤이'가 단단한 핵으로 자리잡은 응어리를 아프지 않게, 예민한 신경 건드리지 않게 조물조물 다독여서 익을대로 익은 종기가 저절로 터져 나오듯 그렇게 바깥으로 내밀어 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긴 울음이든, 천둥소리 같은 비명이든, 허리 휘어지도록 웃는 웃음이든...
안으로만 감겨있지말고 밖으로 표출 되는 그런 행위.
그냥 담담히 지켜 보면서, 혼자 고군분투 했을 어깨와 온몸이 지탱 하도록 한쪽 어께 내줄수 있는 맘자리 넓은 어떤이의 출현을 기대한다.
책좀 읽는다는, 그림에 조예가 깊다는 메니아들 입에서 입으로 전파 되면서 세기가 지나도 변치 않는 태양처럼 우리 시대의 몇 안되는 고전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
아니, 이미 출발선에 들어섰다.
가슴 두근 거리며 그녀의 다음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층이 곳곳에 산재해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책을 손에 드는 순간, 어느 한장면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이미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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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스미다 읽은 후...
황덕혜
2010.06.14
조회 6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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