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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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나무
이향미
2010.06.15
조회 31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이 주먹쥔 손을 제게 내밀면서 제 손바닥 위에
뭔가를 놓아 주더라구요.
보니 빨갛게 익은 앵두였네요.
아침에 있었던 사소한 말다툼을 이렇게 화해하려는 거 같아
한번 씨익 웃어주고 씻어보니 한접시는 되더라구요.
아파트 화단에서 따 왔다는데 그 맛이 새콤달콤이 아닌
아직 덜 익어 떫은 맛이 났지만
앵두의 색깔을 가만 보고 있으려니 아스라하게 유년의 뜰,
한켠이 떠올라지더라구요.
심고 가꾸고 키우시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동네 사람들은 대문이 열려져 있으면 슬그머니 들어와서
마당을 빙 둘러보고 나가셨습니다.
라일락, 넝쿨장미. 앵두나무, 대추나무, 자두나무...
그리고 토끼, 메추리, 닭부터 시작해 진돗개보다 더 영리했던 순돌이.이 순돌이가 어찌나 아버지의 귀여움을 받았냐면
순돌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손수 당신 자전거에 태워 병원에 데리고 가셨어요.
식구같았던 순돌이가 어찌하다 집을 나갔을 때
아버지를 비롯한 온가족이 밤늦도록
찾아나섰지만 결국 순돌이는 돌아오지 않았구요.

가끔씩 그 유년의 뜨락이 눈부시게 생각나는건
그 누구의 마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우리만의 마당에서는
아버지의 마술같은 사계절을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닭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철마다 싱그러운 계절열매를 맛보았고
은은한 꽃향기를 늘 맡았던 유년의 뜨락...

참 고마우신 분이었네요.
이렇게 큰 추억의 유산을 남겨 주셨으니...
말은 전할 순 없지만 아실거예요, 저의 맘이요.

박학기-여름을 지나는 바람
임현정-고마워요
자전거 탄 풍경-너에게 난 나에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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