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님.
제가 올해로 28년을 한남자와 살림이란걸 꾸려 살고 있지 않겠습니까?
근데요~~저만 그런가요?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대하며 당황하고 있어요.
몇해 전 부터 이남자, 꽁꽁 숨겨둔 속마음을 풀어 놓기 시작 합니다.
제 이야기 한번 들어 보실라우? ㅋㅋ
제가 처음으로 당황 했던건 몇 해 전,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터키로 여행을 갔을 때 였어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왜 꼭 그런분들 계시잖아요.
외국 음식이 입에 안맞다며 김치에 고추장에 컵라면 까지 호텔 뷔폐식당에 들고와 난리 법석을 피우시는 분들.
저는 남편이 토종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라 내심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 남자, 접시 가득 치즈(종류별로), 햄, 요구르트를 그득하게 담아 오는거예요.
"누구 먹으라고 이렇게 많이 담아 왔어요? 난 소식으로 조금씩만 먹을건데~" 했더니 저를 바라보며 씨익 웃으면서
"나 먹을거야~ 원래 내가 이런 음식 참 좋아 하는데 당신 몰랐제?"
하는겁니다.
아들 식성이 육류 좋아하고 치즈랑 햄 요구르트를 즐겨 먹으려 해서 식성 바로 잡아 주려 애를 썼거든요. 제가요.
그런데 구린 입도 안떼더니 어쩜 7박 9일 동안 현지 음식을 너무도 잘 먹어 대는것 있죠?
아......이 남자! 토종음식 메니아가 아니었어? 참 쌩뚱 맞다~~했었어요.
그리고 지난 겨울, 태국으로 가족 여행 갈때 옷타령을 하는겁니다.
반바지가 우중충한 색깔 뿐이다, 샌달을 산지가 오래 되어 바닷가에서 샌달 끈 떨어져 창피 당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등등.
윤희님.
제 이름을 걸고 말씀 드리지만 이 남자, 학교에서 베스트 드레스 라 불릴만큼 입성에 신경을 쓰거든요.
특히나 여고생 앞이라 제가 얼마나 칼라풀 하게 입혀 보내는데요~~~
마누라가 참 맵시 있나보다 할 정도로요.
생전 안하던 옷타령을하니 생경스럽지 뭐예요?
그런데, 이번에 여름 옷 정리 하다 보니까 왜 그렇게 제눈에 남편 옷들이 추리해 보이던지요.
옷도 사람처럼 늙나 봅니다.
후줄근해 보이고 맵시도 안살고...
일년에 한번씩 학교에서 불우 이웃 돕는 행사가 있다 해서, 눈길 가지 않는 옷들을 모두 세탁해서 박스에 차곡차곡 넣어 뒀어요.
아침에 차한잔 하며 남편을 뒤돌아 봤습니다.
어른 모시고, 애들 건사 하며 너무너무 어려운 살림살이가 눈에 빤히 보이니 어떤 내색도 안하고 있다가 밥술 먹고 사는데 여유가 좀 생긴 요즘에야 슬슬 속마음을 내 비치는 모양이라 생각하니 무언가 울컥 솟아 오르네요.
집 청소 끝내놓고 남편 꼬까옷 사러 가렵니다.
오십대 중반, 젊은 애들에게 '할아버지 선생' 이란 소리 듣지 않게 앳지있게 입혀 보내야겠어요.
함께 산 세월이 오래 되었다고 그 사람을 다 안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할것 같네요.
어쩌면 가장 소중한 내사람에게 그도, 나도 참 무신경 했던것 같습니다.
그 나이대가 아니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세월은 깜짝 선물로 곁에 두고 가나 봅니다.
이쁜 옷으로 사올게요. 반바지랑 샌달도요~^^
신청곡
고백....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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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속마음~^^
황덕혜
2010.06.21
조회 11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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