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오랜기간 편찮으셔서 가족모두 할머니의 건강만을
걱정했는데, 본인의 건강에 대해 아무말씀 없으셨던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어린시절 시골집 마당에서 놀다가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자
아프다고 울었던 적이 있어요. 제 무릎을 보시고는 할아버지께서
물을 바가지에 퍼서 제게 마셔보라고 하셨죠.
할아버지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저도 급한 마음에 물을 벌컥벌컥 마셨더니 할아버지께서 "물 다 마셨니? 이제부터는 무릎을 잘 쳐다보고 있어라. 만일 지금 네가 마신 물이 무릎으로 새어나오면 그땐 큰일이니까 어서 무릎을 보고 있어라" 하시더라구요. 무릎에서 물이 새면 어린 제생각에도 큰일이다 싶어 울음을 그치고 한참을 바닥에 앉아 무릎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껄껄 웃으셨던 할아버지..
그때는 몰랐지만, 손녀딸의 눈에 나는 눈물을 그치게 하려던 할아버지의 속깊은 사랑을 받은 저는 참으로 행복한 손녀딸이었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의 밝게 웃는 모습도, 웃음소리도, 심심한 농담도 추억으로 남아버린 지금..
할아버지의 손녀딸이어서 참으로 행복했다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못한 어리석은 후회가 가득하기만 하네요.
신청곡은 할아버지께서 평소 좋아하시던 주현미의 "짝사랑"을 신청하고 싶지만..
어렵다면, 양파의 '천사의 시'를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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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후회
김효주
2010.06.29
조회 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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