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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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지리산 골짜기에서
주영순
2010.07.02
조회 29
썸머스토리 한번 써보렵니다.
제가 학창시절, 그러니까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이니까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네요.
제가 다니던 대학의 학과에 <사통팔달>이라는 소모임이 있었습니다.
뭐 <사통팔달>에서는 구체적 활동 없이 그때 그때 생각나는 일을 했습니다.
주로 독서토론을 했지만, 여행도 가고, 공연도 보고, 봉사활동도 하는 그런 단체였죠.
그러던 그해 여름..
저희 소모임 7명의 여인들은 용기를 내어 등산을 했습니다.
바로 그 험하다고 소문난 지리산을 말이죠.
여자들끼리 가능할까 하고 의아해했지만,
소모임 회장이자 산악회 회원인 한 선배님의 든든한 지원 아래 저희는 지리산으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의 각오는 대단했지만, 결국 지치고 지쳐 산 정상까지는 가보지 못하고
저희는 산 아래 민박집에서 진을 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민박집에서 소주도 먹고 동동주도 먹고 파전도 먹고
또 게임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저희 모임 중에 김선영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요.
이 친구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면서 화장실에 간다고 하더라구요.
민박집이라서 그런지 화장실이 숙소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근데, 선영이가 화장실로 떠난 지 30분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거에요.
나머지 6명의 일행은 걱정이 되어 화장실로 달려가 보았지만 선영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아무래도 큰일이 일어났거나 사고가 터진 거라고 생각하고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선영이를 찾았습니다.
"선영아, 선영아!"라고 외쳐봤지만,
그 어디에도 선영이는 보이지 않았고 어둠은 더욱 깊어만 갔습니다.
저희들은 민박집 주인 아저씨의 도움을 빌려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그때 어디에선가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타난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는 다름 아닌 선영이었습니다.
"선영아, 너 어디에 갔던거야?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어떻게 된거야?"
"어..그냥 볼일 보고 몸이 좀 찌뿌둥해서 요 아래 계곡에서 세수 좀 하려다가..발을 헛디뎠지 뭐야.
그래서 그만 계곡물에 꽈당했지. 이왕 다 젖은 김에 계곡물에 시원하고 목욕하고 오느라..킥킥..미안해 다들..미안해."
정말 용기가 백배인 그녀. 이 깜깜하고 무서운 지리산 골짜기에서 야밤에 목욕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그날 이후로 선영이는 저희들로부터 '선녀'라 불리게 됐답니다.
그 옛날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선녀 말이죠 하하.
김선영이 아니고, 김선녀가 된 제 친구, 김선영. 오늘 갑자기 많이 보고 싶어지네요.
에버랜드 선물 신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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