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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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여름이면 훌쩍 떠나고 싶어!
홍순영
2010.07.10
조회 23
여름이란 계절은 마술을 거는 듯 하다.
“몸을 가볍게 하고, 밖으로 나가봐” “이곳을 떠나, 더 넓은 세계로 향해봐.”
근데 왜 여름일까? 30도를 윗도는 무더위에도 그리 나가고 싶은가~

어쨌든 난 마술에 걸렸고, 그때는 특별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시도해보는 ‘여자 혼자 떠나는 국토종단’을 계획했다.
내 나이 21살, 그리고 8월 초... 배낭에 짐을 한껏 싣고 해남행 버스에 올라탔다.
일단 땅끝에서 시작해야할것 같았다. 그렇게 서서히 올라오기만 하면 될줄 그때는 그럴줄 알았다.
해남에 도착했다. 8월이라 그런지 피서인파로 가득하다.
일단 잠잘곳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민박집을 찾았다. 하지만 민박집마다 거절당했다.
이유는 여자혼자라서! 그당시만 해도 여자혼자 머물다가 자살하는 사람이 종종 신문지면에 소개되면서 여자혼자는 잘 안받는단다. 참 난감한 일이다.
그렇다고 여자혼자 정말 노숙할수도 없는법...
무작정 가정집으로 들어가서 내 사정을 말했다.
다행히도 처음으로 들어간 가정집에서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난 그집 초등생 딸과 한방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난 또 오늘의 여정을 위해 짐을 꾸리고 밖으로 나선다.
물론 걸어서 갈 것이다. 그런데 또 난관이다.
걸어서 가려고 도로가장자리로 조심스레 가는데 경찰차가 내 앞에 선다.
경찰아저씨께서 타라고 하시는데, 난 종단한다고 해도 그저 시큰둥이다. 어쨌든 잘 거절했다. 또 몇백미터 걸어가는데 주위 할머니께서 혼자 어딜걸어가느냐고 난리다.
휴~ 걷는게 힘든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결국 주변 사람들은 날 힘들게 했고, 나약했던 나는 다시 서울행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여름을 생각하면 걸어가며 만났던 사람들과 무대포로 국토종단을 외치며 떠났던 조그맣던 내 자신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물론 주변사람들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는 그런 가벼운 몸과 마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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