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전이네요. 제가 꿈꾸던 미 남동부 조지아주를 여행한 지가...
저희같은 7080세대에겐 해외 배낭여행이나 유학은 꿈도 꿀 수 없었지요. 결혼하고도 해외여행은 외화낭비를 막는다는 취지 하에 부부가 30세 이상이어야 가능하던 시기니까요.
중학교 때,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달아 두 번이나 읽고 영화는 지금까지 10번 이상 보았었지요. 제게도 언젠가는 레트 버틀러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가져올 왕자님이 찾아와 주길 희망했었고, 제 자신이 운명을 개척하는 스칼렛 오하라가 된 듯한 느낌도 가졌었지요. 영화나 책에서만 가 보던 미국의 여러 도시들과 지방들을 언젠가는 꼭 가 보리라라던 희망이 작년에 이루어졌었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졸업을 겨우 마친 다음, 취직하고 같은과 선배인 남편과 결혼해서 맞벌이부부로 살아가며 두 아이 낳아 키우며 30대와 40대를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며 살았었지요. 작년에 남편이 일년동안 미국의 남동부 애틀란타 가까운 대학도시에서 머물게 되었었지요. 두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저는 직장일하며 결혼해서 처음으로 오랜 기간 떨어져 지냈었지요. 남편도 저도 그리고 아이들도 떨어져 지내는 동안, 가족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이 트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긴 여름휴가를 내서 미국에 간 게 작년 여름이랍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두 도시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24시간만에 도착한 조지아주의 애틀란타는 제가 중학교 때부터 책과 영화에서 동경하던 도시였기에 피로도 잊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지요. 목화밭 대신 고층빌딩과 사방팔방 뚫린 도로와 엄청난 차들을 보며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었습니다. 가족과 만나 한달동안 여러 도시들을 여행했어요.
유명한 도시보다 제게 가장 와닿았던 곳은 남편이 머물던 애탈란타였답니다. 마가렛 미첼 기념관에 갈 땐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꼭 10대 소녀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지요. 안에서 기념사진을 못 찍게 해서 그녀가 집필하던 방과 작은 침대와 아주 소박한 주방만을 돌아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었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인상적인 곳은 마틴 루터킹 기념관에 간 일이었지요. 미국 인종차별의 막을 내리기 위해 애쓴 그의 흔적과 사진들을 보고, 기념관 근처에 있는 그가 목사로 목회활동을 하던 교회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답니다. 또, 예전 노예시장이었던 언더 그라운드란 곳에도 갔었지요. 오래 전 노예
들이 서서 팔려나가던 시장이 지금은 관광지로서 기념품가게들로 바뀌어 있었어요. 한 달동안 가족들과 다시 못 갈 곳들이라 생각하며 조지아주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었습니다.
그 중에는 레이 찰스의 고향 알바니란 곳도 있었지요. 야외공원에 피아노 연주하며 노래하는 그의 동상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서 있었던 기억도 새롭네요. 드넓은 땅덩어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값싼 햄버거로 점심 해결하며 온가족이 여행을 즐겼었지요. 다시 가기 힘들다는 생각에 본전 뽑는 심정으로 무리해 가며 강행군하던 날들이었는데 요즘 1년 전 사진을 매일 보며 추억에 잠깁니다. 언제고 남편과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더 가 보자고 말은 해 보건만...
윤희님, 책소개에 뉴욕과 파리 걷기가 소개되었던데, 그 책들 꼭 선물받고 싶어요. 다시 한번 저희에게 여행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는 정말 치밀하게 계획 세워서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고 싶습니다. 꼭 선물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하며 제 여름날 그리운 추억 한자락 늘어놓았습니다.
여름날 건강에 주의하시고 좋은 선곡으로 기쁨 주시길 소망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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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이야기(책선물도요)
이인화
2010.07.11
조회 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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