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을 하면서 갑자기 군대에서 있던 일이 생각났어요.
신병교육대에서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는 어두컴컴한 날을 보내고 있는 새내기 군인시절에 총을 들고 어색하게 걸어가는 저를 보면서 처음 보는 어떤 상병이 “힘내.”라고 한 마디를 던져주었었죠. 이상하게 마음이 확 밝아지면서 힘이 나더라구요. 아무 연고도 없고, 서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무심코 해준 한 마디에도 사람의 마음이 변했던 그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전국에서 고되고 피곤한 막내생활을 하고 있을 저의 동기들에게 단체 쪽지를 날렸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느냐고 우리 모두 힘내서 열심히 하자고...
몇 십 건의 답장 쪽지가 날아왔습니다. 진짜 힘들어서 죽겠다고 칭얼거리는 동기부터 네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해주는 쪽지까지
그러다가 제일 친한 동기가 잘 못지낸다 라고 하면서 지금 자기 사정을 저에게 털어 놓았어요
담당부서에서 사고가 터졌는데 자기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다고 하네요. 아직 신규라 일도 미숙한 데 이런 일까지 터지니까 많이 힘들어하는 게 메신저 상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아마 징계를 받을 것 같아요...우리 회사에서는 민감해하는 부분에서 사고가 난거라서...누군가의 책임인가를 빨리 정하려고 하는 그 부서 사람들이 야속하드라구요...
경위서라도 내가 써주겠다고 했지만 그 소처럼 우직한 친구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왜 자기가 반성을 해야 하느냐고 버티고 있습니다.
연수원에서부터 단짝이던 녀석인데 저도 제 업무 외에는 잘 몰라서 힘들어하는 걸 보고도 뭔가를 해줄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합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저에게 그 친구는 항상 많은 힘이 되어 주었는데...저는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네요....
태식아! 니 잘못이 아닌 거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아니 설사 니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니 편해줄테니까 지금 힘든 그 기분 조금이라도 내려 놓았으면 좋겠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글을 남겨봅니다. 조금이라도 그 친구가 힘을 냈으면 좋겠네요...
신청곡 하나 하겠습니다. “김진표”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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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이윤도
2010.07.20
조회 3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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