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만나도 한번 모이면 몇 시간이고 수다에 지칠 줄도 모르는 우리는 대학동창입니다. 1981년 20세에 만나 49세가 되었으니, 강산이 2번 변하고도 더 오랜 시간 친구로 살아왔네요.
졸업하자 마자 결혼해서 반지하에 살던 동창, 졸업 앞두고 갑작스레 살림차려 졸업 포기한 동창, 그리고 평범하게 같은과 복학생 선배와 결혼해서 사는 저, 우리는 만나면 20대 때 대학시절보다 남편이며 자식에 대한 불만을 서로 털어놓고 위로하고 위로받곤 하지요.
지난 6월에 동창이 홍천으로 여행가잔 제의를 했습니다. 엄마 떨어지면 울고 불고 할 아이도 없으니, 졸업 후 처음으로 함께 여행가서 밤새 얘기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우리에게 관심 밖이었고, 올케 흉 보기, 남편 흉 보기, 속 태우는 자식 흉보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서로 화장지운 얼굴 들여다 보며, "우리 참 많이 변했다, 그치?"하며 쓴웃음 지었어요. 눈가 잔주름과 입가의 팔자주름은 물론이고 기미와 잡티로 거무스름한 얼굴을 쳐다보며 서로들 20살의 고운 모습은 언제 사라졌을까 생각햇지요.
여행 제의했던 친구는 10년 전 구강암 초기 판정받고 수술하고 한동안 항암치료 받으며 생식하고 온갖 방법 동원해서 암완치에 이르렀고, 또 한 친구는 40살에 낳은 늦둥이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고요. 늦둥이 엄마인 친구는 딸 둘이 대학생인데 두 딸이 나중에 늦둥이 알아서 교육시킬거라며 웃더군요.
가장 평범하게 산 것같아도 친정엄마의 중병으로 10년 넘게 마음 졸이며 살아냈고, 둘째도 태어나자 마자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바람에 눈물 마를 날 없던 저 역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구비구비 살아온 길목마다 한맺힌 일들이 많지요.
흔히 말하는 `끼인 세대'인 우리 세대들은,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에 대한 효도에 대한 부담이 늘 마음 무겁게 하면서 자식들에게도 전전긍긍하며 살지요. 그렇다고 자식들이 우리에게 효도해 주길 바랄 수도 없는 `끼인 세대'의 설움을 얘기하며 나누어 마신 맥주에 취해 웃다 울다 하며 하룻밤 여행을 마쳤습니다.
"우리 일년에 한번씩이라도 이렇게 여행하며 살자."로 인사나누고 헤어졌지요. 친구야, 고맙다. 너희가 든든한 후원자고 인생의 영원한 동무들이 되어 주어서...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여행], 대학동창들과의 첫여행
이인화
2010.08.03
조회 28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