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책상위의 신발 한켤레..
안기종
2010.09.01
조회 41
매일 새벽이 다되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딱히 술을 많이 마셨거나 새벽인지 모를 정도로 재밌게 놀아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부모님이 주무실 때까지 밖에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지 7개월. 남들은 임용고사다 취업이다
각자 자신의 미래를 향해 땀흘리고 있는데 저는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임용고사 준비를 하자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터무니없이 적은
임용고사 티오에 시작할 엄두도 못냈고 그렇다고
취업을 준비하자니 제가 배운 전공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죠.

결국 초조함과 쓸쓸함에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20대의 패기도 열정도 저에게는 찾아볼 수가 없었죠.
말그대로 잉여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부모님께서는 묵묵히 저의 등을 토닥여주셨습니다.
목표가 뭐냐? 돈은 모으고 있냐?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 따위의
말들은 절대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항상 웃음과 사랑으로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부모님을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부모님 얼굴을 보게되면 눈물이 쏟아질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일 밤늦게 집에 들어갔던거죠.

어제도 밤늦게까지 술을 먹다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베란다불이 꺼지지 않았더군요. 할 수 없이 놀이터에 앉아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불이 꺼지길 기다렸습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불이 꺼졌고
저는 마치 남의 집에 들어온 도둑마냥 몰래 제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끝나는가라는 허무함에 침대에 누우려는데
책상위에 높인 신발 한 켤레를 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사다놓으신거죠.

술 취해서 밤늦게 들어오는 아들이, 하루종일 열심히 사느라 신발이
닳아버릴 일도 없는 몹쓸 아들놈이 뭐가 좋아서 저렇게 좋은 신발을
사놓으셨는지...

저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차라리 모질게 혼내시거나, 회초리라도 드셨다면
제가 이렇게 죄송하진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오히려 부모님에게 나 좀 내버려두라고 화풀이를 했겠죠.
하지만 끝까지 부모님은 사랑과 믿음을 택하셨습니다.

이제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상 한 쪽에 고이 놓인 새신발이 땀과 흙으로 뒤범벅이 되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꿈을 이뤘을때, 그때는 부모님 책상 위에 곱디 고운 구두 두 켤레를 올려놓을 생각 입니다.

꿈음이 제게 용기를,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청곡은 임재범의 비상, 데프콘의 아버지 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