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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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엄마 마음만 같길..
정미영
2010.09.25
조회 25
설거지를 하는둥 마는둥, 손길은 접시를 닦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친정에 가있었습니다.
추석날, 큰집에서의 맏며느리이자 집안에 하나 밖에 없는 제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곤파스 태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모두 날아가 일년 내내 엄마 혼자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농사지은 고추가 반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다는 소식을 전화로만 듣고는 끝내 가보지 못한 마음에 이번 명절에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부랴부랴 시댁 어른들께 인사 드리고 친정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 녀석도 신이 나는지 내려가는 차 안에서 이만저만 부산스러운 것이 아니었기에 힘이 두 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엄마를 만나러 가는 마음에 기쁨이 되었습니다.
6시간에 걸쳐 내려간 친정집.
집 뒤의 소나무가 쓰러져 있었고, 비닐하우스는 비닐이 찢어져 날아가버린 건 물론이고, 철근까지 통째로 쓰러지고 휘어지고 뽑아져 있었습니다. 고추밭은 모두 다 흙으로 뒤덮였고, 그나마 남은 고추는 다 쓰려지고 뽑혀 더 이상 고추 수확을 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딸과 사위와 손주가 내려오는 기쁨에,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어 놓고 마당에 나와 총총 걸음으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는 도착한 저희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며 괜찮다, 괜찮다, 고생했다만 말씀하십니다.
너희만 잘 살면 난 괜찮다, 엄마 이렇게 건강한 데 뭐가 걱정이냐..라고만 말씀하십니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엄마 마음만 같으면 이 세상은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비닐하우스 고치고 오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엄마의 이 넉넉한 마음을 조금 띠어주렵니다.

신청곡 - 하덕규, <사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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