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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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황덕혜
2010.10.07
조회 44
이제서야 좀 진정된 가슴을 추스리며 이글을 엮어 보려 한다.

지난 9월 29일, 차일피일 미뤄뒀던 통장 정리겸 무르익은 가을 햇살속을 걷다 오고 싶어 시내로 갔다가 며칠 전 부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가에 자잘한 마른 눈꼽이 끼였던게 생각 나 드믄드문 다녔던 안과에 안약 처방이나 받자고 문을 밀고 들어섰다.

차례를 기다려 안면 있는 의사와 가벼운 수인사를 나누고 예의 눈 검사에 들어갔는데...

황당 하게도 '녹내장' 기미가 있으니 정밀 검사를 받아 보자고 했다.
이윽고 각종 검사를 받는다고 눈을 혹사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뇌에 종양이 있을 수 있으니 뇌 MRA 를 찍어 보라는거였다.
뇌에 이상이 없고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면서 방사선과 병원을 소개해 줬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내 살아온 발자취를 뒤돌아 봤다.
남겨질 가족을 염두에 두자 남편과 아들은 걱정이 안되는데 딸내미가 목구멍에 가시처럼 뜨끔거렸다.

함께 하고픈 일도 많고 아직 좀 더 가르칠것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 모녀간의 친밀한 정을 더 나눌 수 없음이 내 의식을 서늘하게 했다.

왠일로 남편이 먼저 퇴근하여 집을 지키고 있었다.
담담하게 저녁상을 차리고 뒷정리를 마친 후 병원 얘기를 꺼냈다.
서로가 깊은 잠을 청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밤을 보냈다.

병원에 가기위해 집을 막 나서는데 딸아이의 전화가 왔다.
첫 마디가 "엄마~~몸 괜찮아?" 였다.
가슴이 저며져 왔지만 무덤덤 하게 "괜찮아~왜?" 했더니 악몽을 꿨는데 외할머니가 나타나서 '니 어미 한테 가봐라~~ 지금. 당장.' 하더란다.

이 무슨 조화속일까?...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촬영 할 수 없다는 뇌사진 촬영.
기기묘묘한 소리에 칠판을 손톱으로 긁어 대는듯한 식은 땀 솟는 소리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난타 공연장에 왔다고 의식하고 그 소리들을 즐겼다.
20여 분에 걸친 촬영과 판독하여 결과를 듣기 까지의 50 여분.

피가 바짝 바짝 말라 들어가는 느낌, 물끄러미 내다 본 바깥 풍경 속으로 다시 흡입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절망감.
내몸을 돌고 있는피가 이젠 차갑게 굳어 가고 있다는 쓸데없는 확연함까지...


"황덕혜 씨, 들어 오세요~ 앉으세요. 많이 기다리셨죠? 아무 이상없이 깨끗한데요~소견서 써 드릴테니 안과 선생님께 가져가세요"

바깥 공기는 아주 따스했고 숨죽여 있던 내면의 모든것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자신의 일터로 가는것 같았다.

그 첫 신호가 지독한 배고픔이었다.
나물에 된장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보리밥 생각이 간절했다.

최종적인 안과 선생님 말씀은 '일시적인 안압 상승으로 인한 경미한 녹내장 증상이 있었으나 별다른 징후를 발견치 못함. 추후 1년에 한번씩의 정기검진을 요망함.' 이었다.

남편과 딸에게 문자를 날렸다.
' 나, 그대들 곁에 좀 더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준대요^^'

그날 이후 가을 햇살 한줌이 이렇게 소담스럽고 감사 할 수가 없다.
살아있음. 그것은 기적의 또다른 이름일지니.



신청곡

물고기 자리....이안

그대 향한 사랑....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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