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옛추억을 떠올리라고 재촉하는 듯합니다.
생각나지 않았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니 봄날 아련한 기운이 느껴지네요.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이 있었지요.
나는 이미 미래를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사람은 저희 학교 강사였어요.
수업 시간에 그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까만 얼굴에 웅얼거리는 말, 작은 목소리, 가끔씩 들리는
투박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 이런 것들이 섞여서
그리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정말 심심한 사람이었죠. 수업도 정말 재미없었어요.
이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흐릿하게만 보이던 그 얼굴이
선명하게 제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끝말을 씹듯이 내뱉던 그의 말도 제 귀속에 쏙쏙 들어왔죠.
그리고 제 눈은 그 사람의 움직임을 하나도 빠짐없이 관찰하기 시작했죠.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벗어나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그의 사무실로 뚜벅뚜벅 걸어갈 때까지.
제 마음이 그렇게 변하게 됐던 건, 그의 글을 보고 난 후였어요.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죠.
남들이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그 사람은 볼 수 있었어요.
그 사람에 대한 제 마음은 오래지 않아 불이 붙기 시작했어요.
이십대 중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보지 못했던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제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했어요.
메일을 썼던 거죠.
너무도 솔직하게, 부끄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저는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말해주었어요. 그때 전 그 사람이 날 좋아하든 않든,
제 메일을 보고 황당해하든 좋아하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그저,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못 견뎠으니까요.
제 메일을 읽은 그 사람,
그 사람 눈빛이 변해가더라구요.
내가 지나는 길목에 그 사람이 자주 서 있었고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멈춰서서 바라보곤 했죠.
수업 시간 모든 아이들이 그를 보고 있는 시간에
그 사람은 내 얼굴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기도 했어요.
기쁜 듯 미소지으며.
아름다웠지요.
그 때 그 시절.
봄날 햇빛이 가득 비쳐오는 것 같아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거의 십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 사람 지금도 그때를 기억할까요?
나를 지금도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고 지금도 날 기억하는지
그때 우리가 아무도 모르게 나누었던 마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부디 잊지 말아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잊지 않기를 바래요...
아름다웠던 그 추억들을..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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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사랑
가을
2010.10.11
조회 4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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