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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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의우산
윤종근
2010.10.26
조회 27
뭐든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또 창고도 치우고
거기서 우산을 봤다 너무 오래 된 그녀의 우산...

21살 군휴가를 나와 소개받은 첫사랑
정말이지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심장이 터질듯 뛰었고 입술은 바짝말라 타들어 가고 어질어질 빈혈이 났다
유치하지만 무인도로가서 둘만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그리고 그녀도 날보며 활짝웃었다

39일...39일만있으면 병장휴가를 나갈 수있다
그녀와 300일 파티도 멋지게 할 생각이다
남들은 군생활이 인생 최대의 고난 이라고들 하지만
난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보네준 편지며 아프지 말라고 준 연고며
초콜릿, 과자...얼마나 아끼고 아꼈던지 선임에게 맞아가면서 고이 간직했었다

공3개, 인원100명...
럭비인지 격투기인지 국적불명의 위험한 게임. 이게바로 여자들이 제일로 싫어하는 얘기
"전투축구"다 다치는 군인도 많았고 무서워서 피하는 이도 있지만
난 목숨을 걸고 했었다
왜냐면 끝까지 남은 자에겐 포상휴가라는 그녀를 만날 수있는 티켓 한장때문이었다
40키로 군장을 메고 한겨울 눈길을 걸을때도 난 춥지 않았고
몸이 찢어질듯 밧줄을 감고 뛰어 내려도 무섭지 않았고
흑탕물에 뒹굴고 넘어져도 난 웃을 수 있었다
다 그녀때문에...

"윤병장님! 파리 조심하십쇼 전투화에 불광냈습니다"
드디어 오늘 병장휴가다
괴니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밥도 못먹고
군인머리 다 똑같은데도 거울앞에서 빗질도 30분쯤은 한것같다
이런 내마음 그녀도 알겠지?
편지가 한달정도 오지않은것이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뭐 어떠랴 오늘 볼수있는데 말이다

내마음과는 달리 먹구름도끼고 비도 추적추적 내린다
저 멀리서 내 전부가 온다 단숨에 뛰어가 안았지만 살며시 내 몸을 밀친다
굳은 표정의 그녀에게 나는 말한다 "사랑해"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그녀는 말을하기 시작했고 난 듣기만했다
정확히 무슨말을 어떻게 했는지 들리지 않았다
그냥 헤어지자는 얘기였고 다른사람이 생겼다는 얘기같았다
한참을 비를맡고 서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인 듯 했다
그 자리엔 그녀는 없었고 내손엔 그녀의 분홍색우산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슬프지도 않았고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다 그냥 멍했다

제대후, 그녀의 집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릎꿇었던날
그리고 그녀의 차가운 뒷모습
그 후로 난 여자가 싫었고 아니 미웠고 용서 할수 없었다

2년후,
그녀의 결혼식...바보처럼 결혼식장을 가버리고 말았다
이젠 정말로 그녀를 떠나보네고 싶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내 몸 안으로 빗물이 흘렀다
고마웠고 사랑했었습니다...
안녕, 너의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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