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엄마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던 다섯살 제 딸 가현이에게 물었습니다.
"가현아... 단풍은 왜 떨어지는 걸까?"
"음... 글쎄.....왜 떨어지는 걸까?"
"가현이가 한 번 생각해봐.. 왜 떨어지는지...."
"단풍잎은 계곡에 징검다리를 만들려고 떨어지는 거야! 그런데 단풍잎 징검다리에 오르면 물에 빠진다. 으흐흐..."
뉴턴 다운 발상을 원하던 아니었지만, 제가 원한 것은 뻔한 대답이었습니다. 가을이니깐 나무에 힘이 없으니깐.. 나무잎에 힘이 없으니깐.. 따위의 대답 말입니다. 그런데 가현이는 계곡에 수북하게 쌓인 단풍잎을 예사롭게 보지 않은 것 같아요. 계곡의 상황을 고려한 충분히 다섯살 꼬마 다운 대답이었고, 순간 너무 뻔한 대답을 속으로 강요했던 제가 부끄러워 지더군요.
가현이는 아빠한테 안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2시간이면 오를 곰배령 정상을 3시간에 걸쳐 올랐습니다. 지난 여름 곰배령 보다 더 높은 함백산 정상에 오른 일이 있어서 쉽게 오르리가 생각했었는데, 재미있지만 그리 만만한 산행은 아니었습니다. 곰배령 정상 도전은 저희 가족에게 2010년 가을 최고의 이벤트였고, 가현이는 곳곳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재미, 'ㄴ'나무, 'ㄷ'나무를 발견하는 재미, 성 같은 그루터기를 발견하는 재미, 나무와 바위에 내려앉은 이끼를 발견하는 재미, 양 볼이 터질 듯한 다람쥐를 발견하는 재미, 이름 모를 열매를 따서 가지고 노는 재미에 흠뻑 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을 내려올 때, 가현이는 나무막대기를 끈 삼아 엄마 아빠와 함께 칙칙폭폭 기차 놀이를 하면서 산행의 고단함을 잊은 듯 했답니다.
지난 토요일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서 월요일의 번잡함도 잘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12월까지는 오늘의 번잡함이 계속이어질 것 같은데, 시간내서 다시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오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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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떨어지는 이유
이영호
2010.10.25
조회 8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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