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간이 돼서 오전에 머리 깎으러 갔습니다.
헌데 미용실 옆에 곱창 집이 새로 들어섰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두 명의 나레이터 모델이 연신 뭐라 외치면서 춤추고 있었습니다.
동네가 동네인지라 나레이터 모델의 얼굴은 평범했습니다.
미용실엔 손님이 하나도 없었지만 나레이터 모델들의 외침과 시끄러운 함성 때문에 조금 산만했습니다.
미용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머리카락은 잘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내 기억도 저 머리카락과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닌가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지요.
내 유년의, 소년의, 청년의 기억이 모두 깡그리 사라져 버린다면 난 뭘 추억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이십분 정도 머리를 깎고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미용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여전히 나레이터 모델들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이 서른이 넘으면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열일곱살때 고민 많고 여드름 많고 철없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지난날 난 뭐하면서 살았나 하는 자책감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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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동네에서
김태헌
2010.11.11
조회 1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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