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이란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시장기같은 외로움도
필요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서
시장기 가시게 하는 말과 행동들을 우연히 엿보게 되면
이렇게 근심걱정을 잠시 뒤로 하게 됩니다.
저는 서울 외곽에 있는 신도시에서 생활하다보니 도시생활에서와는
다르게 사람들과의 북적거림하고는 조금 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리에서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이 아닌
이웃이고, 거리에서 새롭게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한번 더 눈여겨 보게 되더라구요.
언제서부터인가 제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서 차로 과일을 담아 놓고
파시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십니다.
그런데 그 분의 인상이 워낙 무섭게 생기셔서(헐크처럼..) 빛깔좋은 과일들을 선뜻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워낙 한적한 거리이다보니 외출할 때마다 그 아저씨를 보게 되는데, 저는 속으로 이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나이는 많아 보이시는데 장가는 가셨나...'
'부인이 계시다면 어떤 분이실까...' 기타등등
그러던 오늘,조금은 지친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 오는데
밖에 계시는 아저씨와 그 분의 부인을 보게 됐습니다.
아저씨의 부인되시는 그 분은 과일 바구니들을 차 안으로 넣으려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는 반면에 그 우락부락하게 생기신 아저씨는 부인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시며 뭔가 얘기를 하려고 애쓰시는 폼이
너무나 얼굴에 알맞게 순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놀라운 것은 아저씨의 말투였습니다.
앳된 꼬마 남자아이의 혀짧은 말투처럼
"여봉. 미난해."
전 그만 하루의 피곤함도 모르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얼른
한 손으로 막고 그 두 분 곁을 지나쳐 왔습니다,
그러면서 집으로 오는 길에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풀 수 없는 마음은
전혀 뜻하지않은 사람에게서 위안받을 수 있음을...
내일은 제가 먼저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조금은 혀짧은 말투로 과일좀 달라고 얘기해야겠네요..
박정현 - 달아요
DEUX - 이제 웃으며 일어나
브라운 아이드 소울 - 그런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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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 파는 아저씨.
이향미
2010.11.24
조회 3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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